요즘 LG의 팀 기록을 들여다보면 눈의 의심하게 되는 수치가 가끔 발견된다. '7회까지 리드한 경기의 승패'가 대표적인 경우다.
올시즌 LG는 7회까지 리드한 경기에서 21승1패, 승률 9할5푼5리를 기록중이다. 같은 기준으로 봤을 때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이다. 그만큼 뒷문이 튼튼해졌다는 얘기다.
삼성이 지난해 우승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5회까지 리드한 경기에서 57승1무7패, 승률 8할9푼1리로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뒤가 강해지면 결국 순위 경쟁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LG가 거의 매경기 혼전을 거듭하면서도 5할 이상의 팀승률을 유지하며 공동 2위까지 오른 건 이처럼 뒷심이 강해진 덕분일 것이다.
LG 불펜이 전반적으로 잘 해주고 있다. 9일 현재까지 LG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3.52다. 2007년부터 4.14-4.60-4.95-4.59-3.82 순이었던 LG의 불펜 평균자책점을 감안하면 확실히 좋아졌다. 모든 불펜투수들이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프라이머리 셋업맨인 유원상과 마무리 봉중근의 역할이 크다.
셋업맨 중에서도 프라이머리 셋업맨의 가치는 매우 크다. 보통 마무리투수 바로 앞에서 1이닝 이상을 책임지는데, 좌우 타자 유형을 가리지 않고 투입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올해 부쩍 성장한 유원상이 바로 이 역할을 맡고 있다. 한창 좋았을 때의 삼성 정현욱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유원상이 일단 마운드에 오르면 언제든 막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유원상은 30경기에 등판, 41이닝을 던지면서 피홈런이 한개 뿐이다. 2구원승(1패) 3세이브 11홀드에 평균자책점 1.10을 기록중이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00.
마무리 봉중근이 돌아오는 주간부터 상시대기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김기태 감독이 밝혔다. 지난해 6월14일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그동안 봉중근의 등판은 일종의 '실전을 통한 최종 재활 프로그램'이란 성격을 띠고 있었다. 연투를 시키지 않기 위해 코칭스태프가 굉장히 노력했다. 가끔 세이브 상황일 때도 유원상이 끝까지 막기도 했다. 이제 수술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봉중근이 드디어 본격적인 마무리투수로 대기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봉중근이 12세이브를 거두는 동안 위태로운 상황이 꽤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마무리투수는 3점차에서 2점을 주더라도, 2점차에서 1점을 주더라도 세이브를 올리면 그 자체로 목표 달성이다. 봉중근은 12차례 기회에서 모두 세이브에 성공했다. 블론세이브 없이 하나씩 수치를 추가하면서 봉중근은 점점 더 강한 마무리투수가 돼가고 있다.
뒷문이 약해 늘 어려움을 겪었던 LG다. 유원상과 봉중근의 'YB 듀오'가 이처럼 버텨주는 한, LG는 갑자기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