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롯데와 KIA의 경기가 열리기 전인 부산 사직구장. 경기장 내 인터뷰실에서 작은 행사가 마련됐다. 바로 홍성흔의 팬사인회였다. 행사 참석에 당첨된 행운을 거머쥔 팬들은 홍성흔에게 사인도 받고 함께 사진도 촬영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홍성흔도 성심성의껏 팬서비스를 했다. 하지만 표정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홍성흔의 마음은 무거웠다.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후 열린 행사였기 때문이었다.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당분간 1군 경기에서 홍성흔의 모습을 볼 수 없을 듯 하다. 홍성흔은 9일 11번 늑골 미세골절로 1군에서 빠졌다. 더욱 쉽게 설명하면 우측 몸통 가운데 갈비뼈에 실금이 간 것이다. 공을 맞은 것도 아니고 충돌이 일어난 것도 아니었는데 어떻게 실금이 갈 수 있었을까. 야구 선수의 경우 힘주어 스윙을 할 때도 이런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홍성흔의 경우 지난 7일 대전 한화전 마지막 타석에서 힘차게 스윙을 하다 불운을 겪고 말았다. 홍성흔은 "등에 담 증세가 남아있어 몸이 뻣뻣한 느낌이었는데 결국 이런 부상으로 이어지고 말았다"며 아쉬워했다.
이날 경기에서 홍성흔이 빠진 4번 자리는 포수 강민호가 메웠다. 장타력을 갖추고 있는 강민호인 만큼 4번 역할도 어울렸다. 하지만 홍성흔이 빠지자 전체적으로 롯데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최근 부진했다고 하지만 홍성흔의 이름이 전광판 가운데 있고 없고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홍성흔은 "내가 있다고 크게 달라질게 있겠느냐"며 겸손한 자세로 농담을 하면서도 "중요한 시기에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해 답답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올시즌 프로야구가 치열한 순위싸움으로 혼전인 가운데 1경기만 패해도 곧바로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상황. 이럴 때 팀내 고참으로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 홍성흔을 의기소침하게 만든 것이다. 또 갈비뼈 부상은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다. 기부스를 할 수도, 약물을 투입할 수도 없다. 뼈가 붙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최선의, 그리고 유일한 방법이다. 홍성흔은 "열흘 이상 소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