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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2012 특집]앙리 들로네컵의 주인은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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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이었다. '무적함대' 스페인의 환희를 지켜봤다. 4년이 흘렀다. 또 다시 '미니 월드컵'이 화려한 막을 올린다. 유로2012의 팡파르는 6월 9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각) 폴란드 바르샤바의 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울린다. 개막전의 주인공은 개최국 폴란드와 '유로2004 챔피언' 그리스다. 유종의 미는 7월 2일 오전 3시45분 우크라이나 키예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거둔다. 대망의 결승전이 열린다. 과연 앙리 들로네컵(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트로피)의 주인은 누가 될까.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팀은 '디펜딩챔피언' 스페인이다. 유로2008의 추억이 생생하다. 44년 만에 앙리 들로네컵에 입맞췄다.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스페인은 예선에서 8전 전승으로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지난해 8월 잠시 네덜란드에 1위 자리를 내준 것을 제외하면 최근 2년간 FIFA랭킹 맨 꼭대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정교함이 최대 무기다. 10m 패스의 비밀이 지켜진다. 끊임없이 패스를 돌리면서 점유율을 높인다. 중원에서 한 선수의 개인 기술에 의해 패스가 전개될 경우 상대의 시선은 한곳에 고정될 수밖에 없다. 강한 압박이 가해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 짧은 패스를 통해 상대 선수들의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체력을 고갈시켜 상대의 빈틈을 노리는 것이 중심이다. 이때 전개되는 패스의 질은 만화에서나 나올 법하다. 어떠한 공간이라도 세밀한 패스로 뚫어버린다. 사비-부스케츠-알론소로 구성된 미드필드진은 킬패스로 상대 수비진을 한번에 파괴해 버린다. 그러나 완벽함을 추구하는 축구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스페인은 지공으로 차근차근 득점기회를 만들어나간다. 이런 경기 패턴은 자칫 마음먹고 수비적으로 나서는 팀을 만나면 큰 코를 다치게 된다. 지난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잉글랜드 첼시의 극강수비를 넘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 좋은 예다. 불안 요소는 주포 다비드 비야(바르셀로나)가 부상으로 불참한다는 점이다. 후안 마타(첼시)와 페르난도 요렌테(아틀레틱 빌바오)가 비야의 공백을 얼마나 메워주느냐가 관건이다.

'전차군단' 독일도 우승 후보에서 빼놓을 수 없다. 독일의 예선 성적은 무시무시하다. 10전 전승이다. 34골을 폭발시켰고 7실점 밖에 하지 않았다.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조직력 축구가 극대화된 팀이다. 요아힘 뢰브 감독의 축구철학과 맥을 같이 한다. 뢰브 감독은 개인보다 조직을 중시하는 '개념축구'를 강조한다. 조직적인 압박과 빠른 역습에 비중을 둔다. 공격의 창의성은 '외계인'이란 별명을 가진 외질(레알 마드리드)이 책임진다. 예상을 뛰어넘는 패스는 고메스를 비롯해 클로제, 포돌스키, 뮐러, 슈바인슈타이거 등 높은 골 결정력을 갖춘 선수들이 마무리한다. 독일축구의 최대 강점은 주전과 비주전의 전력차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모든 포지션에 주전급 스타가 2배수 포진되어 있어 양과 질을 동시에 만족한 더블 스쿼드로 유로2012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토탈사커' 네덜란드는 24년 만에 유로대회 우승을 꿈꾸고 있다. 낯익은 선수들이 많이 눈에 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와 90% 정도 일치한다. 미드필더 판 데르 파르트는 "우리는 2년 전보다 나아졌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물리쳤던 2008년보다 더 좋은 팀"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예선 성적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9승1패를 기록, 조 1위로 본선 무대에 진출했다. 37골을 터뜨렸다. 훈텔라르(샬케)는 무려 12골을 넣었다. 로빈 판 페르시에(아스널)보다 공헌도가 더 높았다. 웨슬리 스네이더르(인터밀란)은 토탈사커의 핵심이다. 그의 발에서 공격이 시작된다.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실용주의를 강조한다. 실리를 추구하기 위해 플레이를 안정적으로 가져간다. 그러나 스페인과 독일보다 허점이 많이 노출되어 있다. 판 봄멜(AC밀란)을 비롯한 주전멤버들의 컨디션 난조다. 판 봄멜은 최근에도 "네덜란드는 내용적으로 더 발전해야 한다. 측면 공격이 더 살아나야 전체적인 공격도 살아난다"며 일침을 가한 적이 있다. 조직력이 좀 더 올라와야 덴마크, 독일, 포르투갈과 함께 속한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아 우승까지도 엿볼 수 있다는 판 봄멜의 간절한 바람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