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LG는 가히 '기회의 땅'이라 부를 만 하다.
LG가 2군 감독 출신인 김기태 감독을 사령탑에 선임할 때부터 포석을 깔고 있던 게 바로 '내부 육성'이었다. 구단은 팀의 유망주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초보감독 김 감독이 열린 사고로 이름값을 떠나 가능성 있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감독이 되길 원했다.
팀 체질 개선이라는 우선 과제는 물론, 내부 육성이라는 장기적 프로젝트 또한 중요했다. 김 감독은 이 두가지 과제를 모두 해내고 있다. 5할 승률 밑으로 떨어질 10번의 고비마다 팀을 구해낸 건 달라진 선수단 분위기였으며, 경기조작 파문으로 선발투수 2명을 잃은 마운드는 갑자기 '툭' 튀어나온 새 얼굴들이 메웠다.
신데렐라는 바로 이승우 최성훈 임정우. 겨우내 재활조에 머물러 캠프에도 가지 못했던 6년차 중고신인 이승우는 아직 승리가 없지만, 꾸준히 선발로테이션을 지켜주고 있다. 왼손투수의 이점에 기교파 투수로 성장하며 갖게 된 제구력이 장점. 올해 경희대를 졸업하고 2라운드 전체 16순위로 입단한 좌완 최성훈 역시 1군에서 선발과 중간으로 쏠쏠한 활약을 보였다. 이승우와 마찬가지로 느린 공에도 불구하고 스트라이크존 구석으로 넣는 훌륭한 제구력이 무기다. 2군으로 내려가 선발 등판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FA(자유계약선수) 조인성의 보상선수로 SK에서 데려온 2년차 우완 임정우는 캠프 때부터 가장 기대를 모았다. 선발로테이션에 들어 4경기에 나선 뒤 2군으로 내려간 상태지만, 좋은 구위와 수싸움 능력을 갖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평이다.
뉴페이스 3인방이 마운드 공백을 최소화시켰다면, 이젠 '깜짝 기용 2탄'이 필요한 상태다. 3일 잠실 한화전에서 '국민우익수' 이진영이 오른쪽 햄스트링(허벅지 뒤쪽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기 때문. 4주에서 6주 가량 재활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당장 대체 자원이 필요한 상태다.
3일까지 LG 1군 엔트리에 외야수는 단 4명이었다. 부상을 입은 이진영과 '큰' 이병규(배번9), 박용택에 지난해 2차드래프트로 이적한 2년차 윤정우가 이름을 올렸다. 1루수로 전업한 '작은' 이병규(배번7)가 외야 수비에 나설 수 있지만, 무릎 부상 후유증이 있고 1루수까지 연쇄적인 수비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2군에서 대체 자원이 올라와줘야만 하는 상황이다.
지난 2일 올시즌 두번째로 1군에 올라온 윤정우는 빠른 발을 바탕으로 괜찮은 수비력을 갖고 있다. 문제는 타격. 2군에서 타율 3할7리를 기록하긴 했지만 1군에서 능력은 검증이 안된 상태다. 오키나와 전지훈련과 시범경기를 거치면서 많은 기회를 부여받았기에 이젠 코칭스태프의 믿음을 실력으로 입증해야 할 시기다.
지난달 31일 데뷔 첫 1군행의 감격을 누렸던 이민재는 3일만에 다시 2군으로 내려갔지만, 컨택트 능력이 생각보다 괜찮아 키워볼 만한 재목이다. 지난 1일 신고선수에서 정식선수로 전환된 이천웅은 퓨처스리그(2군) 28경기서 타율 3할4푼을 기록하며 북부리그 타격 6위에 올라있다. 함께 정식 계약한 내야수 최영진이 3일 데뷔 첫경기부터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듯, 깜짝 기회가 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물론 뉴페이스가 아닌, 이미 1군에서 활약하던 이들이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15년차 베테랑 손인호, 아직은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한 정의윤이 1군의 부름만을 기다리고 있다. 타격 부진으로 지난달 24일 2군행을 통보받은 '슈퍼소닉' 이대형 역시 4일부터 1군 등록이 가능해진다. 이들 모두 2군에서 독기를 품은 만큼,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기태 감독은 항상 "기회는 동등하다. 자리는 기량을 입증하는 자의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LG는 이름값을 떠나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정한 경쟁의 장이다. 타자 쪽에서는 누가 신데렐라가 될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