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좋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에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하지만 본인은 "아직 멀었다. 절대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더 꾸준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말투에서 당당한 자신감이 느껴지면서도 진지할 땐 매우 진지하다. 프로 4년차인 롯데 진명호가 마운드의 새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진명호는 지난 2009년 순천 효천고를 졸업하고 롯데에 2차 1라운드로 지명됐다. 큰 키에 빠른 공을 던지는 유망주로 지명 순위만 봐도 롯데의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지난해 31경기에 나와 1승2패를 기록, 가능성을 보여줬다.
여세를 몰아 올시즌 5선발 후보로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대선배 이용훈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시즌을 2군에서 시작해야했다. 지난달 15일 뒤늦게 1군 엔트리에 합류했고 27일 잠실 두산전에서 옆구리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거른 쉐인 유먼의 자리에 깜짝 등판,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이후 2경기에 불펜으로 등판, 무실점 경기를 이어가더니 3일 부산 넥센전에서는 초반 부진했던 선발 고원준을 구원등판해 3⅓이닝을 무실점으로 완벽히 틀어막았다.
가장 달라진 건 제구력. 150㎞에 육박하는 직구의 위력은 그대로이면서 문제로 지적되던 제구에서 훨씬 향상된 모습을 선보였다. 진명호는 이에 대해 "한가운데만 보고 던진다"고 웃으며 말한 뒤 "공 스피드보다는 공 끝이 지저분하다는게 내 강점인 것 같다. 맞아도 좋다는 생각으로 자신있게 던지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1군에서 경험을 쌓은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도 말했다. 아무래도 마운드 위에서 지난해보다는 긴장이 덜 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진명호는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가게 된 고원준을 대신해 당분간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예정이다. 어렵게 잡은 기회인 만큼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게 있다. 사실 팀 내에서 진명호와 가장 절친한 선수가 바로 후배 고원준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에도 경기 후 항상 함께 퇴근을 할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진명호는 "그래서 마음이 좋지만은 않다. 위로의 말도 쉽게 건네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건 원준이 몫까지 더 열심히 던지는 것 뿐"이라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