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양승호 감독이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아끼던 제자인 투수 고원준의 부진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2군행을 지시했다.
양 감독은 3일 부산 넥센전에서 3대4로 아쉽게 패한 후 "고원준이 4일 2군으로 내려갈 것이다. 투수코치들과 상의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고원준은 이날 경기 선발로 등판, 4⅓이닝 동안 6안타 3볼넷을 허용하며 4실점(3자책점)했다. 시즌 5패째. 보이는 기록은 최악이라고 할 수 없었지만 제구가 흔들렸고 자신감도 떨어져 보였다. 스트라이크를 쉽게 던지지 못하고 볼카운트 싸움에서 몰리며 상대타자들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고원준의 2군행은 이미 예고된 바 있다. 3일 경기 전까지 선발로 9경기에 나서 기록이 1승4패 방어율 5.25였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제 구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맞혀잡는 피칭에 급급하는 모습이 코칭스태프의 심기를 건드렸다. 양 감독이 지난 5월 중순경 한화에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 뒤 선발로 나서 만루홈런을 허용해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던 고원준에게 "패기있게 던져라"라고 조언하기도 했었다. 그 후 성적은 2패로 좋지 않았어도 자신있게 타자와 승부를 해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는가 싶었지만 3일 경기에서 또다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자 양 감독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오게 된 것이다.
양 감독은 "2군에서 열심히 하면 구위가 올라올 것으로 믿는다"며 격려의 메시지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시즌 전 "고원준이 2012 시즌의 키플레이어"라고 지목했던 만큼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양 감독은 고원준이 10승 정도만 해주면 매우 수월하게 시즌을 운영할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인건 고원준이 빠지게 되는 5선발 자리에 당장 구멍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잠실 두산전에서 깜짝 선발로 등판해 첫 승을 올린 뒤 3일 넥센전에서도 고원준을 구원 등판,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양 감독은 "아직 확실히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이번 주 내 1경기에 진명호가 선발로 등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