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국립극단의 연극 '레슬링 시즌'
'연극이야, 레슬링이야?'
독특한 연극 한 편이 눈길을 끌고 있다. 국립극장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공연 중인 '레슬링 시즌'(로리 브룩스 작, 서충식 연출).
레슬링 경기장을 그대로 구현한 3면 무대에 8명의 젊은 남녀 배우들이 몸에 착 달라붙는 경기복을 입고 나와 굵은 땀방울을 흘린다. 잡고, 꺾고, 누르고, 던지는 동작이 실제 경기를 방불케한다.
힘과 힘이 맞붙는 인류의 가장 원초적인 스포츠인 레슬링과 연극의 접목이다. 무대와 관객이 있다는 점은 레슬링이나 연극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두 장르의 접합은 그럴듯하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다. '발상이 신선하다'는 첫 느낌은 극이 진행되면서, 배우들의 고난도 테크닉에 대한 감탄으로 이어지고, 이어 주고 받는 대화 속에서 청소년들의 현실과 고뇌, 그리고 루머가 만들어내는 위험한 결과에 대한 비판을 노출하면서 새로운 감흥을 만들어낸다.
일 대 일의 경기인만큼 상대를 꺾고 싶은 욕망에서부터 출발해 왕따, 폭력, 사랑, 성 정체성, 끊임없이 생산되는 소문의 폐해 등 다양한 문제들이 쉴새없이 시작되는 새로운 라운드마다 얹혀진다. 레슬링을 보다보면 우리 현실이 자연스럽게 떠올려진다.
타임지 선정 청소년을 위한 연극 베스트 5에 선정되며 미국 전역에 청소년극의 열풍을 일으킨 작품. 원작의 유머와 탄탄한 구조를 바탕에 우리 이야기와 감수성을 덧입혀 현실감을 주었고, 배우들의 꿈틀대는 근육은 2개월 간의 스파르타 훈련을 생생히 보여준다.
극 내내 배우들의 입을 통해 "너는 나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넌 날 몰라"라는 대사가 반복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사실 청소년기 뿐만이 아니다.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화두이기도 하다. 레슬링에 축약된 삶의 단면들이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작품. 김하준 김남수 하지은 전수지 등 출연. 10일까지. 1688-5966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