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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탈' '닥터진' 등 유치하다던 만화, 드라마화 1순위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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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KBS 새 수목극 '각시탈'이 허영만 작가의 원작을 드라마화한 작품이라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최근 들어 만화를 원작으로한 드라마들이 쏟아지면서 만화가 드라마에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첫 방송한 '각시탈'은 KBS가 지난해부터 약 2년 여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온 드라마라고 알려져 있다. 특히 영화 '어벤져스'의 성공 등 슈퍼히어로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형 슈퍼히어로를 표방한 작품이라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태. 이같은 설정은 만화에서 나왔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만화 '각시탈'은 현재 40대의 유년기에 가장 인기있었던 만화 중 하나다. 극중 이강산 역을 맡은 신현준은 "예전에 허영만 작가의 만화 '각시탈'을 봤다. 우리 나이의 남자들에게는 로망에 가까운 작품이다. 언젠가 꼭 영화나 드라마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작품이 바로 '각시탈'이다"라며 "그래서 감독님에게 연락이 왔을 때 1분도 고민 안하고 'OK'를 외쳤다. 만화 그림 그림마다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나는 우리 나이대에만 그런 줄 알았는데 나이가 있으신 분들도 관심이 많더라. 사우나에 갔었는데 할아버지들도 나에게 '각시탈'에 대해서 물어보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송승헌 박민영 주연의 MBC 주말극 '닥터진'도 일본의 만화 '타임슬립 닥터진'을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이미 일본에서도 한차례 드라마화된 작품이라 한국에서 제작이 결정됐을 때부터 관심이 모아진 바 있다. 최근엔 굉장히 폭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일본의 만화작가 코우지 모리의 만화 '홀리랜드'가 케이블채널 수퍼액션을 통해 드라마화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작품은 첫 회부터 1%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면 남성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사실 만화의 드라마화는 일본에서 먼저 시작된 트렌드다. 이미 일본에서는 90년대에 만화의 드라마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져 르네상스를 맞은 바 있다. 한국에서는 '풀하우스'나 '궁' 정도가 대표적인 만화 원작 드라마라고 할 수 있으니 2000년대 들어와서야 시도가 시작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의 만화 원작 드라마는 한가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일본 제작사들은 만화를 그대로 화면에 옮겨놓은 듯한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심지어 대사까지도 만화와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최대한 현실적인 배경과 대사를 통해 리얼리티를 확보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같은 만화의 드라마화에는 두가지 이질적인 국내 드라마계의 단면이 있다. 우선은 정통극이나 로맨틱 코미디 일색이던 국내 드라마에 장르의 다양화를 가져왔다는 장점이다.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통해 생산된 만화를 드라마로 만들다보니 액션이나 판타지, 미스터리 스릴러 등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르의 드라마가 속속 등장하게 됐다. 반면 만성적인 아이디어와 작가 부족에 시달리는 국내의 현실을 드러내기도 한다. 늘 같은 장르의 드라마들을 생산하다보니 색다른 드라마를 만들어낼 인적자원이 부족하고 시청자들은 늘 새로운 것을 원하기 때문에 결국 만화 원작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각시탈' '닥터진' 이외에도 올 하반기에는 SBS에서 '야왕'과 '도시정벌'을 드라마화하기 위해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유치하다'고 치부되던 만화가 점점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소스가 되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