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이점은 단판승부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익숙한 환경과 응원은 전력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걸린 FA컵이라면 홈 이점이 더욱 간절하다. 대부분의 구단 관계자들이 "어느 팀과 붙어도 좋으니 홈 경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할 정도다.
강원FC는 지난달 3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12년 FA컵 16강전 조 추첨을 앞두고 뜻밖의 발표를 했다. 추첨 결과 홈 경기로 배정이 되더라도 개최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선 32강전에서 내셔널리그 천안시청이 입장객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홈 경기 개최권을 반납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K-리그 구단인 강원이 홈 경기 개최권을 포기할 만한 이유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지역 최대 축제를 위해 '통큰 양보'를 했다. 23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릴 예정인 강릉중앙고(구 강릉농고)-강릉제일고(구 강릉상고) 간의 '농상전'을 배려했다. 농상전은 1970년부터 매년 5월에 개최되는 대표적인 더비다. 농상전이 열리는 날에는 강릉 전 지역이 축제 분위기로 물든다. 과열에 따른 부작용으로 한동안 경기가 중단된 적이 있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고려대와 연세대 간의 '고연전', 제주 오현고-제일고의 맞대결과 함께 '3대 더비'로 불릴 정도다. 강원 구단 관계자는 "FA컵 홈 경기가 20일인데, 불과 3일 뒤에 농상전이 열린다. FA컵으로 잔디가 훼손되면 농상전을 치르는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열기도 반감된다"고 말했다.
손실이 꽤 크다. 클럽하우스가 위치한 강릉에서는 6월 한 달간 경기를 치르지 못한다. 1년에 4차례 실시하는 춘천 홈경기 일정도 교묘하게 걸렸다. 14일 춘천에서 대전전을 가진 뒤 17일 상주 원정에 나선다. 20일 경남과의 FA컵 16강전을 위해 창원으로 이동한 뒤 춘천으로 올라와 23일과 27일 각각 수원, 경남전을 치른다. 강릉 클럽하우스를 떠나 보름 넘게 바깥 생활을 하는 처지가 됐다. 김상호 강원 감독은 "바깥 살림이 본의아니게 길어지기는 하지만 괜찮다. 지역과 함께하는 도민구단 이미지를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