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vs 힘', 모처럼 펼쳐진 우완 정통파 투수의 야성적인 정면대결이 야구의 색다른 재미를 듬뿍 선사했다.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야구경기에서 흥미를 느끼는 포인트는 천차만별이다. 어떤 사람은 쉴 새없이 터져나오는 안타 행진에서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팽팽한 투수전을 선호할 수도 있다. 그날의 선수 컨디션이나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야구 경기는 수많은 양상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다양한 스펙트럼의 팬을 끌어모을 수 있다.
▶야구의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팽팽한 투수전
그 가운데에서 양팀 선발들의 양보없는 투수전은 색다른 볼거리다. 이 경우 점수는 적게 나오지만, 투수끼리의 기세 싸움과 타자를 압도하는 모습에서 또 다른 야구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87년 5월 16일에 나왔던 해태 에이스 선동열과 롯데 에이스 고 최동원의 연장 15회 완투 무승부 경기는 지금도 손꼽히는 한국 프로야구 31년사의 대표적인 명승부다. 얼마나 극적이고 짜릿한 명승부였는 지는 이 경기를 소재로 영화까지 제작된 것에서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팽팽한 투수전은 자주 나오기 힘들다. 일단 에이스급 투수들이 맞붙어야 하고, 또 그 투수들이 각자 지닌 최고의 기량을 선보여야 한다. 또 수비진의 도움도 필요하다. 이런 여러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SK 마리오 vs KIA 소사, 야성적 투수전을 펼쳤다
그런데 1일 인천 문학구장에서는 모처럼 그런 투수전이 펼쳐졌다. 이날 홈팀 SK와 원정팀 KIA는 각각 마리오와 소사, 외국인 선발을 내세웠다. 마리오는 올 시즌 처음으로 한국무대에서 뛰는 투수로 현재 실질적인 SK의 에이스다. 이날 전까지 성적은 9경기에 나와 2승1패 평균자책점 3.78이었다. 소사는 시즌 도중 새로 들어온 투수다. 지난 5월 26일 광주 LG전(6이닝 7안타 2실점)이 첫 등판이었고, 이날은 두 번째 등판이다.
두 투수는 140㎞후반에서 150㎞ 초반의 강속구를 던지는 우완 정통파 투수로 커터와 체인지업을 보유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차이점은 마리오가 커브를 던지고, 소사는 슬라이더를 던진다는 정도다. 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공격적으로 타자와의 대결에 임한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이닝당 투구수도 적어지고,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제구가 안될 때는 초반부터 난타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날 두 외국인 투수의 구위와 제구력은 절정에 올라있었다. 덕분에 이들은 경기 초반부터 상대 타자를 윽박지르며 매우 빠르고 공격적인 피칭을 펼쳤다. 5회까지 두 투수 모두 단 2개의 안타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모처럼 보는 시원시원한 투수전이었다.
그러나 6회말 소사가 SK 정근우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내주며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단 한 번의 실투였다. 1-0의 아슬아슬한 리드는 경기의 긴장감을 더욱 끌어올렸다. 하나의 실투를 제외하고는 두 투수 모두 변함없는 공격적 승부를 이어갔다. 이날 최종결과는 마리오가 7⅓이닝 2안타 무실점, 소사는 8이닝(완투) 4안타(1홈런) 1실점이었다. 근소하지만 명확한 마리오의 승리였다.
▶시즌 두 번째로 짧은 경기시간, 관중들도 만족하다
이처럼 시원시원한 투수전은 보는 이에게 두 가지 즐거움을 제공한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대로 팽팽한 긴장감 속에 펼쳐지는 호투쇼에서 야구의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바로 경기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타자와 공격적으로 빠르게 승부하는데다 안타도 별로 안나오다보니 경기 시간은 짧아질 수 밖에 없다.
이날 경기시간은 2시간19분 밖에 안 걸렸다. 이는 지난 5월 11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두산전(2시간12분) 이후 두 번째로 짧은 기록이다. 이 경기 역시도 KIA 윤석민과 두산 이용찬이 완투 대결을 펼쳐 윤석민이 완봉승을 거둔 명승부 투수전이었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공격적 피칭의 정수, 마리오vs소사의 강철 어깨 대결. 140㎞대 후반에서 150㎞의 직구가 주무기인 정통파 우완투수들. 야성미 넘치는 정면승부로 경기시간 확 줄이며 모처럼 투수전의 재미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