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이종원'이라는 이름 세글자를 치면 어김없이 '탤런트 이종원'이 뜬다.
1일 올림픽대표팀에 첫 입성한 '축구선수' 이종원(23·부산)은 "포털 프로필엔 아직 내 사진도 안뜨더라"며 웃었다. "나도 이종원이 나오는 드라마 '빛과 그림자'를 즐겨본다. 동명이인인데 악역이라서 별로"라고 했다. 승부욕이 읽히는 '뒤끝'이 작렬했다.
조만간 이 선수의 이름이 탤런트 이종원보다 앞설 날이 올지도 모른다. 7일 시리아와의 평가전이 그 첫 시험대다.
이종원은 부산 아이파크의 '왼발 미드필더' 다. 드라마처럼 축구인생에서 '빛과 그림자'를 두루 겪었다. 17, 18, 19세 연령별 대표를 두루 거쳤다. 2009년 2월, 20세 이하 월드컵을 앞두고 홍명보호 훈련소집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명단 발표날, 경기중 발목을 다쳤다. 믿을 수 없는 불운에 눈물을 삼켰다. 지난해 성균관대를 중퇴하고 드래프트 2순위로 부산에 입단했다. 프로 데뷔전이었던지난해 5월5일 K-리그 컵대회 강원전에서 도움을 기록했고, 바로 다음 경기인 5월11일 전남전에서 그림같은 왼발 프리킥으로 데뷔골을 신고했다. 그러나 6월 29일 K-리그 컵대회 포항과의 8강전에서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이 끊어졌다. 가장 빛나던 순간, 또다시 쓰라린 부상의 그림자를 마주했다. 첫 시즌을 4경기 1골1도움으로 마감해야 했다.
올 시즌 이종원은 다시 빛났다. 안익수 부산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11경기에 나섰다. 지난 3월 포항전에서 시즌 첫골을 터뜨렸다. 4월28일 상주전에서 시즌 2호골을 터뜨렸다. 팀의 전담키커로 날선 왼발을 뽐냈다. 2주 연속 위클리베스트로 선정되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눈밝은 홍명보 감독이 시리아전을 앞두고 이종원을 전격 발탁했다. 정해성 전남 드래곤즈 감독은 28일 부산전을 앞두고 "이종원 같은 선수는 홍 감독이 참 잘 뽑은 것 같다"며 상대팀 선수를 이례적으로 칭찬했다.
올림픽대표팀 발탁 직후 '스승' 안 감독에게 호통도 들었다. "어떤 상황에서 누가 무슨 말을 해도 '큰바위'처럼 흔들림없는 사람이 돼야 큰 선수가 된다고 하셨다. 태극마크를 달았으면 더 잘해야 하고 본보기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돌아봤다. "감독님의 말씀이 다시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3년만에 입성한 파주에서의 첫날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훈련 프로그램도 부산과 다르고, 28일 경기 끝나고 3박4일동안 쉬었더니 몸이 좀 무겁다"고 했다. 그나마 연령별 대표 시절 오가며 마주친 얼굴들이다. 특히 한솥밥 동료이자 룸메이트인 미드필더 박종우(23)가 힘이 된다. TV 리모컨과 빨래 당번을 놓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에는 이내 웃음이 터졌다.
이종원은 런던행 엔트리 중에서도 가장 치열하다는 미드필더 경쟁에 가세했다. 안 감독의 혹독한 수비훈련 덕분에 수비력만큼은 자신 있다. 누구보다 많이 뛸 준비, 희생할 각오도 돼 있다. 전매특허인 매서운 왼발킥 역시 매력적이다.
"내겐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인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 너무 잘하려고 하기보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내 플레이를 할 것"이라고 당당한 각오를 밝혔다. 다른 선수들은 이미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는데 한경기로 모든 것을 보여줄 일이 부담스럽지 않냐는 '우문'에 "좋은 모습도 보여드리지 못했지만, 못하는 모습도 보여드리지 않았다"고 '현답'했다. 긍정적이었다.
더 이상의 '그림자'는 없다. '축구선수' 이종원의 이름이 '탤런트' 이종원의 이름보다 반짝반짝 빛날 그날을 꿈꾼다. 파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