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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최형우의 2012년 첫 홈런은 드라마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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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홈런왕 최형우(29·삼성)의 2012시즌 마수걸이 홈런은 드라마 같았다.

시즌 개막 후 34경기에서 홈런을 단 하나도 치지 못했다. 타율은 2할6리. 11타점으로 부진했다. 그는 지난해 홈런 30개로 홈런왕을 차지했다. 타율은 3할4푼이었다. 지난해 최고의 타자였던 최형우가 시즌 초반 부진하자 일부 삼성팬들은 맹비난을 퍼부었다. 류중일 삼성 감독에게 최형우를 4번에서 빼라고 압박했다. 또 5번 타순으로 조정하고도 부진하자 2군으로 보내라고 했다.

최형우는 지난 21일 2군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10일을 채우고 31일 대전 한화전에 돌아왔다.

▶2군 10일은 보약이었다

마침 한화 선발은 대한민국 좌완에이스 류현진이었다. 최형우는 2회 2사후 첫 타석에서 류현진으로부터 우월 솔로 홈런을 빼앗았다. 몸쪽 높은 직구(구속 148㎞)를 끌어당겨 대전구장 우측 담장을 넘겼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잘 맞은 타구였다.

35경기 만에 첫 홈런을 쳤다. 정확하게 따지면 146타석, 132타수 만에 터진 첫 홈런. 통계는 속이지 못했다. 좌타자 최형우는 좌완 류현진에게 유독 강했다. 전날까지 류현진 상대로 33타수 12안타(2루타 4개, 홈런 3개)로 타율이 3할6푼4리였다.

최형우는 "난 원래 2군에서 자란 선수다. 경산은 밥도 맛있고 공기도 좋다"면서 "잡생각도 사라지고 좋았다. 그동안 내가 1군에서 지나칠 정도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2군에 있으면서 생각이 많이 정리됐다. 스트레스를 비우고 왔다"고 말했다. 타격 매커니즘에서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는 이날 3타수 3안타(1홈런 포함) 1사구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홈런 신경끄자 비로소 터졌다

류중일 감독은 마음고생이 심했던 최형우에게 재충전의 기회를 주었다. 최형우는 3일 정도 운동을 거의 하지 않고 푹 쉬었다고 했다. 그후에는 경산에서 벌어진 2군 퓨처스리그 5경기에 출전, 타율 4할2푼9리, 4타점을 기록했다. 2군에서도 홈런을 때리지 못하고 1군으로 올라왔다.

그는 홈런에 대한 부담을 버렸다고 했다. "홈런 생각은 아예 없다. 이번 시즌 홈런을 하나도 못 쳐도 상관없다. 팀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면서 "다시 홈런 생각을 하면 또 2군으로 갈 것 같다"고 했다. 홈런을 잊어버리자 홈런포가 터졌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홈런은 치고 싶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좋은 타구를 치다 보면 그 중에 홈런이 나온다."

▶당분간은 4번 치지 않는다

류 감독은 돌아온 최형우의 타순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최형우가 더이상 망가지면 삼성이 위로 치고 올라갈 힘을 잃기 때문이다. 기를 살리기 위해 6번에 배치했다. 류 감독은 30일 "당분간 최형우를 이승엽 바로 뒤 타순에는 넣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승엽 뒤에 서면 심적 부담을 가질 수 있어서다. 또 왼손과 오른손 타자의 엇갈린 배치까지 고려했다. 3번은 우타자 박석민이고, 4번에는 좌타자 이승엽, 5번은 우타자 진갑용이었다.

류 감독은 상대 선발 투수가 우완일 경우에는 최형우를 3번에 기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요즘 삼성에서 타격감이 가장 좋은 선수는 이승엽이다. 따라서 이승엽이 4번을 치는 게 맞다.

최형우가 1군에서 좋은 타격감을 보인다면 4번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타격감을 찾지 못한다면 당분간 4번은 계속 이승엽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모든게 최형우 하기에 달렸다. 대전=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