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인'의 제작진이라면 뭔가 다를 거라 예상했다. 30일 첫 방송된 SBS '유령'은 국내 범죄 수사물의 흐름을 잘 반영했다. 특별히 앞서가지도 뒤쳐지지도 않는 형식과 내용으로 일단 시청자들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 소속 김우현(소지섭)과 유강미(이연희)는 천재 해커 하데스(최다니엘)의 위치를 추적해 그를 잡으러 가는 길에 여자 연예인 신효정의 자살을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신효정이 자살한 것이 아니라 타살됐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게 되면서 이야기는 급박하게 전개됐다.
'유령'은 SNS를 포함해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슈들을 다룸으로써 사회적 메시지를 전한다는 기획 의도를 첫회부터 과감히 노출시켰다. 한 여자 연예인의 루머가 인터넷 공간에서 급속도로 퍼지는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냈으며 이후 성상납 사건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끌어들여 시청자들의 구미를 돋웠다.
'유령'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일단 검증된 작가 파워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싸인'을 통해 한국 범죄 수사물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김은희 작가가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완성도 높은 대본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첫회에서는 경찰대 동기인 김우현과 천재 해커 하데스로 활동하면서 인터넷 신문사 대표로 위장해 살아가는 박기영(최다니엘)이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는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또 '유령'은 잘못된 인터넷 문화의 위험성에 경종을 울리는 시의성 있는 이야기로 드라마 안팎으로 다양한 화제를 불러모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악플과 근거 없는 루머의 확산 등 온라인 문화가 낳은 갖가지 부작용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면서 시청자들에게도 하나의 교훈을 안기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유령'이 또 다시 시작된 지상파 3시간 수목극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선 뛰어 넘어야 한 산이 있다. 첫 번째는 수사물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깰 수 있는 스토리 전개가 필요하다. 남자주인공 소지섭이 드라마 제작발표회장에서 "우리 드라마가 생각하는 것처럼 어렵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는 것은 이를 역설적으로 드러내준다.
두 번째는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첫회가 방영되고 일부 시청자들은 주연배우 소지섭과 이연희의 연기에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이연희의 경우 느릿한 말투와 부정확한 발음 때문에 몰입을 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다른 장르와 달리 범죄 수사물에서의 연기가 다소 건조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극의 몰입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배우들의 연기 또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유령'이 초반의 기대감을 마지막까지 이끌고 갈 수 있을 만큼 완성도 높은 사이버 범죄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