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팀에 적용되는 얘기일 것이다. 허나 불안한 수비 앞에서 최강희표 '닥공'(닥치고 공격)은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아무리 평가전이라지만 한국축구의 고질병이 고쳐지지 않은 모습이다. 31일 최강희호의 수비진은 90분간 세계 최강 스페인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1대4로 굴욕패를 당했다.
최 감독이 지난시즌 전북 현대의 지휘봉을 잡았던 때와 비교하면 대표팀 수비진은 낙제점이었다. 전북은 지난해 32경기에서 71골을 폭발시켰다. 반면 34골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전남(43경기 29실점)에 이어 수원, 포항과 함께 최소 실점 2위를 기록했다. 박원재-임유환(심우연)-조성환(이강진)-최철순으로 구성된 포백 수비라인은 견고했다. 전북이 K-리그 우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수비가 안정될 수록 공격의 파괴력은 배가됐다.
수비의 안정화는 노련미에서 비롯된다는 최 감독의 생각이다. 이런 이유로 최강희호 2기에는 곽태휘(울산) 조병국(주빌로 이와타) 등 경험 많은 선수들이 승선했다. 수비진의 평균 나이는 28.3세다. 미드필드진(26.2세)과 공격진(24.5세)보다 월등히 높다. 베테랑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날 포백 수비는 박주호(바젤)-조용형(알 라얀)-이정수(알 사드)-최효진(상무)으로 구성됐다. 최 감독 부임 이후 주전을 보장받고 있는 이정수와 최효진을 제외하곤 박주호와 조용형은 시험무대였다. 조용형은 지난해 초 카타르아시안컵 이후 1년4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박주호도 첫 발탁이었다. 누구 한 사람만 탓할 수 없었다. 수비진은 스페인의 아기자기한 패스축구에 뚫리고 또 뚫렸다. 허등지둥하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걷어내는데 급급한 시간도 꽤 됐다. 첫 실점 장면은 볼에만 시선이 쏠렸다. 전반 12분 왼쪽 측면에서 다비드 실바가 올려준 크로스를 페르난도 토레스가 문전 정면에서 가볍게 백헤딩으로 연결,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토레스가 수비수 3명 사이에서 뛰어들어갔지만 아무도 막는 이가 보이지 않았다. 이후에도 한국 수비진의 텅 빈 뒷 공간은 스페인의 공략 지점이었다. 빠르고 날카로운 패스가 수차례 날아들었다. 두 번째 페널티킥 실점, 세 번째 프리킥 실점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네 번째 실점도 결국 뒷 공간 단속을 하지 못해 발생됐다. 후반 37분 오른쪽 측면에서 골키퍼와 수비진 사이를 파고드는 킬패스에 당하고 말았다. 중앙과 측면 수비수들의 위치 선정을 꼬집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답답한 수비가 이뤄지다보니 공격이 매끄럽게 진행될리 만무했다. 수비진에서 미드필드로 연결되는 과정에서도 스페인 선수들에게 차단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물론 '철퇴축구'의 핵 곽태휘의 합류가 늦은 것이 불안함을 키운 것일 수 있다. 또 수비 조직력을 맞추기에는 너무 시간이 촉박했다. 무엇보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 2차전에서 만날 카타르와 레바논은 스페인과 같은 수준의 공격력을 갖추지 못했다. 평가전에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모래알 수비 조지력 보완과 측면 풀백 자원 찾기는 단시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최 감독이 '닥공'을 A대표팀에서도 이어나가기 위해선 안정된 수비가 전제조건이었음을 되새겨야 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