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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전 분석]해외파 명암 극명히 엇갈린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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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호가 '무적함대' 스페인과의 맞대결에서 기대한 것은 승리가 아니었다.

2012년 유럽선수권(유로2012) 본선을 앞두고 일찌감치 팀을 꾸린 스페인은 세르비아와 한 차례 친선경기를 치르면서 경기 감각과 조직력을 끌어올린 상태였다. 반면 한국은 25일(한국시각) 스위스 현지에 도착해 훈련에 집중했다. 소속팀 경기 일정에 맞춰 선수들이 따로 팀에 합류하면서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도 있었다. 어느 정도 차이를 안고 시작한 경기였던 만큼 결과보다는 내용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본고사인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 2차전을 앞두고 해외파의 역량을 시험함과 동시에 전술의 틈새를 찾는 것이 목적이었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은 예고대로 해외파 위주의 베스트11을 내놓았다. 4-2-3-1 전형에서 지동원(선덜랜드)을 원톱 자리에 놓고 염기훈(경찰청)과 손흥민(함부르크), 남태희(레퀴야)를 2선에 배치했다. 구자철(볼프스부르크)과 김두현(경찰청)이 더블 볼란치 역할을 맡았고, 포백라인에는 박주호(바젤)와 이정수(알 사드), 조용형(알 라얀), 최효진(상주)이 포진했다. 골키퍼 자리에는 훈련 중 부상한 정성룡(수원) 대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나섰다.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손흥민의 활약이 빛났다. 스페인의 일방적인 공세 속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전반 20분 왼발 슈팅으로 포문을 열면서 경기 흐름을 바꿨다. 전반 35분에는 남태희가 스페인 골키퍼 호세 레이나와 1대1로 맞서는 패스를 연결하는 등 지원군 역할도 충실히 수행했다. 후반 중반 그라운드를 빠져 나오기까지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카타르, 레바논과의 최종예선 1, 2차전 출전 가능성을 높였다. 남태희는 측면 플레이 뿐만 아니라 과감한 문전 쇄도로 한층 나아진 공격 위치 선정 능력을 보여주면서 최강희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박주호는 맨시티의 우승을 이끈 다비드 실바와의 맞대결에서 나름 선전하면서 최 감독의 왼쪽 풀백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기대를 모았던 구자철의 활약은 미미했다. 공격과 수비 모두 밋밋한 활약에 그쳤다. 패스는 끊기기 일쑤였고, 수비 위치 선정도 애매하게 이뤄지면서 눈에 띄지 않았다. 지동원(선덜랜드)은 상대 수비에 철저히 봉쇄 당하면서 단 한 차례의 슈팅도 날리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정수(알 사드), 조용형(알 라얀)은 기대 이하의 활약에 그치면서 불안감을 남겼다. 상대 패스 템포를 전혀 따라 잡지 못했다. 순간 압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슈팅 찬스를 계속 허용했다. 첫 번째 실점에서는 페르난도 토레스에게 노마크 찬스를 내줬고, 네 번째 실점에서도 네그레도를 놔주는 장면이 나왔다. 중동팀과의 2연전에서 내심 활약을 기대했던 두 선수의 부진은 최 감독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만하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김진현은 4실점을 하면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으나, 수비진이 워낙 부진한 탓에 면죄부를 받을 수 있었다. 카솔라에게 내준 프리킥 실점에서 적극적인 다이빙이 이뤄지지 못한게 아쉽다.

후반 교체 카드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사실 승부를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닌 컨디션 점검 차원의 투입이었다. 의도와 달리 무거운 몸놀림에 그쳤다. A대표팀 합류 뒤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줬던 김보경(세레소 오사카)은 거의 눈에 띄지 않으면서 실망감만 안겼다. 이동국(전북)과 박현범(수원), 김치우(상주) 등 K-리거들도 마찬가지였다.

쓰디 쓴 보약을 마셨다. 결과는 대패지만 카타르, 레바논전 대비라는 목적은 제대로 달성했다. 조직력 및 선수들의 컨디션 극대화, 베스트11 조합 찾기라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았다. 9일 카타르 도하의 알 사드 스타디움에서 열릴 카타르와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까지 남은 시간은 많다. 최 감독의 지도력이 빛을 발휘할 때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