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히트노런은 오늘 뿐이다. 에이스의 상징 18번의 무게는 1년간 활약해 인정받겠다."
요미우리의 왼손 에이스 스기우치(32)가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9회 2사 후 허용한 볼넷 1개만 없었으면 퍼펙트게임이었다. 프로와 아마추어 무대에서 모두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첫번째 투수가 됐다.
스기우치는 30일 도교돔에서 열린 라쿠텐과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9이닝 동안 볼넷 1개만을 허용하는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탈삼진은 무려 14개. 2대0으로 승리하면서 노히트노런으로 시즌 7승(1패)을 장식했다. 올시즌 두번째 노히트노런이다.
스기우치는 9회초 2사까지 단 한 차례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았다. 일본프로야구 사상 18번째 퍼펙트게임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27번째 상대는 대타 나카시마. 스기우치는 볼카운트 1B2S로 나카시마를 압박했다. 관중석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스트라이크 하나면 퍼펙트게임이 달성되는 상황이었다.
'안타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스기우치는 연속해서 볼 3개를 던져 이날 첫번째 출루를 허용했다. 보통 퍼펙트게임이나 노히트노런 등 대기록이 깨졌을 때 투수는 급격히 흔들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스기우치는 다음 타자 히지리사와를 9구만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108구째 공은 몸쪽 꽉 찬 스트라이크. 일본프로야구 사상 75번째 노히트노런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스기우치는 요미우리 투수로는 18년만에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지난 94년 5월18일 마키하라(현 스포츠닛폰 평론가) 이후 처음이다. 스기우치는 98년 여름 고시엔에서도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바 있어, 프로와 아마추어를 합해 노히트노런 더블을 기록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스기우치는 경기가 끝난 뒤 "물론 퍼펙트게임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퍼펙트게임을 무산시킨 볼넷 상황에 대해서는 "풀카운트에서 무책임하게 한가운데로 던질 수 없었다. 비록 안타가 되어도 이길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라며 "낙담은 없었다. 아직 노히트노런이 남아있었고, 안타를 맞아도 완봉승이 있었다"고 밝혔다.
스기우치는 지난해 10월 왼 어깨를 다쳤다. 투수의 생명인 어깨나 팔꿈치 부위에 부상이 온 건 처음이었다. 투구폼이 문제였다. 스기우치는 일본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상을 받았던 2005년의 폼과 현재의 폼을 비교했다. 팔꿈치 높이를 가장 좋았던 때로 수정하는 작업을 거쳤다.
상대가 라쿠텐의 에이스 다나카인 점도 노히트노런을 이끌어내는 데 한몫했다. 스기우치는 "지금까지 다나카를 이긴 적이 없었다"며 "그래서 처음부터 강하게 던졌다. 오늘은 체인지업이 좋지 않다고 판단돼 직구와 슬라이더만 구사했다"고 말했다.
스기우치는 지난 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해 소프트뱅크에서 요미우리로 이적했다. 이적 후 곧바로 에이스의 상징인 등번호 18번을 부여받았다. 스기우치는 "노히트노런은 오늘 만의 일이다. 앞으로 18번의 중량감을 느끼지 않게 된다고 할 수는 없다. 1년간 활약해 인정받아야 한다"며 웃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