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결과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분 나쁠만큼의 완패다. 31일 최강희호는 스위스에서 스페인에게 힘도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1대4로 완패했다.
하지만 솔직해지자. 경기전부터 승리를 바라지 않았다. 선수들의 수준 차이가 너무 컸다. 축구에 있어서 스페인 선수들이 왕후장상의 씨라면, 한국 선수들은 대척점에 서있었을 뿐이었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도 이미 알고 있었다. 스페인전을 하기 전부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모든 것이 카타르, 레바논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을 위한 준비라고 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곱씹어보아야할 것은 '스페인을 상대로 무엇을 배웠나'이다.
▶수비하며 공격하라
어짜피 개인적인 능력은 따라가기 힘들다. 한국 최고의 선수인 박지성조차도 맨유 초반 볼트래핑이 길어 힘들어했다. 스페인 선수들의 기술이 부럽다고 A대표팀 선수들에게 볼트래핑부터 다시 가르칠 수는 없다.
따라할 수 있는 것을 따라해야 한다. 바로 '수비하며 공격하기'다. 스페인 선수들이 볼소유권을 뺐겼을 때를 지켜보면 답이 나온다. 상대에게 공이 뺐기면 주변에 있는 최소 3명의 선수가 움직인다. 공과 제일 가까운 선수는 즉각 압박에 들어간다. 제 2의 선수는 볼을 받아줄 선수를 견제한다. 제 3의 선수는 한국의 패스 줄기를 자르는 위치로 이동한다. 다시 볼을 뺐으면 바로 역습이다. 수비하며 공격하라는 명제의 전형이다.
한국이 꼭 배워야할 부분이다. 최 감독도 경기 후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오늘은 상대가 패싱 게임이나 압박을 했을 때 어느 정도 경기력을 보여주느냐 실험했다. 아쉬운 부분, 잘된 부분이 다 있다"고 했다.
▶무거운 조직력은 죄악
이날 한국은 무거웠다. 몸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조직 전체가 경직되어 무거웠다. 조직적으로 움직였지만 애초에 섰던 전형 전체가 똑같이 움직였을 뿐이다. 그저 짜여진 각본대로의 움직임이었다. 조직이 무거우니 스페인의 빠른 패스와 다양한 공격 루트를 따라갈 수 없었다. 압박을 위해 달려가면 이미 볼은 다른 곳에 있었다. 제 아무리 한국 선수들이 많이 뛰었다 하더라도 볼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조직력의 무게를 덜어야 한다. 선수들의 창의적인 개별 움직임이 관건이다. 스페인 선수들은 조직을 유지하면서도 개별적으로 활발하게 움직였다. 개별적 움직임의 한계선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조직의 틀을 깨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유린했다. 개별적인 능력에 조직의 힘이 뒷받침되니 무서운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한국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꼭 몸에 익혀야할 요소다.
▶경기 경험의 중요성
4대1 결과의 분수령은 경기 경험이었다. 조용형의 핸드볼 파울이었다. 볼을 막기위해 몸을 돌리면서 팔을 올리는 것은 수비수들의 나쁜 습관이다. 고의성은 없었지만 발목이 잡혔다.
카솔라의 프리킥골 역시 경험의 차이가 컸다. 카솔라가 프리킥을 찰 때 수비수와 골키퍼는 크게 휠 것으로 예상했다. 수비벽 아래로 깔리는 프리킥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카솔라의 창의성 역시 큰 경기를 많이했던 경험에서 나왔다. 이 역시 최강희호가 월드컵 진출을 위해 꼭 몸에 새겨야할 사항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