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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아들과 함께 뛰고픈 SK 최영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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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야구에서 아버지와 아들, 부자가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코칭스태프 아버지와 선수 아들은 있었지만, 부자가 동시에 현역선수로 프로에 적은 둔 적은 없었다.

그런데 여기, 아들과 함께 프로무대를 누비고 싶어하는 베테랑 선수가 있다. SK의 우완투수 최영필(38)이다. 최영필의 아들 종현군(16)은 인천 제물포고 1학년 생 투수다. 최영필에게 꿈을 물으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게 종현이다. 최영필의 소망이 이루어지려면 아들이 고교를 졸업하고 프로 입단이 가능한 2015년까지 현역 선수로 있어야 한다. 1974년 생인 프로 16년 차 최영필이 불혹을 넘어서까지 마운드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최영필은 이를 위해 멀고 험한 길을 거쳐 돌아왔다. 최영필은 전 KIA 투수 최영완의 친형이기도 하다.

야구팬에게 친숙한 이름 최영필, 하지만 한동안 잊혀졌던 이름이다. 2010년 시즌이 끝난 뒤 FA(자유계약선수)를 선언했지만 누구도 불러주지 않았다. 야구를 계속하고 싶었으나 뛸 곳이 없었다. FA를 영입하려면 선수의 이전 소속팀에 연봉의 450%를 지불하거나, 연봉 350%에 보호 선수 18명을 제외한 선수 중 1명을 내줘야하는데, 어느 팀도 나서지 않았다. FA 미아가 된 37세의 최영필은 막장에 몰린 것 처럼 멕시칸리그와 일본 독립리그를 떠돌았다. 그래도 마운드를 떠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꿈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한화가 "선수를 이대로 죽일 수 없다. 원하는 팀이 있으면 보내주겠다"며 FA 보상을 포기하고 완전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주면서 길이 열렸다. 최영필은 테스트를 거쳐 SK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최영필은 30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전 5회 0-3으로 뒤진 상황에서 선발 박종훈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29일 1군에 등록한 지 하루 만에 이만수 감독의 등판 사인이 떨어졌다. 한화 시절인 2010년 8월 27일 넥센전 이후 무려 642일 만의 등판이었다. 2사 2루에서 넥센 유한준을 2루수 땅볼로 잡은 최영필은 6회를 무실점으로 막은 후 마운드를 내려왔다. 1⅓이닝 동안 다섯 타자를 상대해 1안타 무실점. 7대3 역전승의 발판을 놓은 호투였다. 통산 327번째 경기였다.

1년 9개월 간의 공백에도 38세 베테랑의 관록은 살아있었다.

조금 쑥스럽기도 했던 특별한 복귀전이었다. 최영필은 "야구를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다시 1군 마운드에 오르게 돼 긴장이 됐다. 감개무량하다. 1군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며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 이만수 감독은 경기후 인터뷰에서 역전승에 공헌한 선수로 최영필을 언급했다.

올시즌 SK는 투수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베테랑 최영필의 합류가 더없이 반갑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