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선수에게는 저마다 눈물겨운 스토리가 있게 마련이지만, 이 선수, 넥센 2루수 서건창(23)의 야구 인생도 참 파란만장하다. 넘어지면 일어서고, 벽이 나타나면 타고 올라 이제 어엿한 주전 2루수가 됐다.
광주일고를 졸업한 서건창은 2008년 신고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어렵게 프로 무대를 밟았는데, 딱 1경기에 출전하고 방출됐다. 어느 누구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다른 선택이 없었다. 쫓기듯이 군에 입대했고, 제대를 했지만 달라진 게 별로 없었다. 야구를 하고 싶었지만 불러주는 데가 없었다. 이때 넥센이 손을 내밀었다.
지난해 11월 전남 강진 넥센 2군 구장에서 열린 비공개 테스트. 모교인 광주일고 관계자들이 넥센 코칭스태프에 서건창을 추천했다. 사실상 프로야구의 끈을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절박한 심정으로 야구에 매달렸다. 결국 20명이 참가한 이 테스트에서 서건창은 끝까지 살아남았다. 그렇게 간절히 원했던, 프로 무대가 다시 열린 것이다.
지난 겨울 혹독한 훈련을 거쳐 거듭난 서건창에게 주어진 것은 주전 2루수 김민성의 백업. 그런데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시범경기를 마치고,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김민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다.
그렇게 무명의 서건창에게 느닷없이 기회가 찾아왔다.
29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SK전. 파죽지세로 8연승을 달리던 넥센은 4연패에 빠져 있었다. 들불처럼 타올랐던 타선이 잠잠해지면서 넥센은 갑자기 추락했다. 이날 넥센은 1-2로 뒤지던 9회말 1사후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어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연장 10회말 무사 2,3루. 2번 타자 서건창에게 해결사의 임무가 떨어졌다. 마운드에는 SK의 네번째 투수 정우람이 버티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순간, 서건창은 우전 적시타를 터트렸다. 승부에 마침표를 찍는 끝내기 안타였다. 5타수 3안타 1타점.
올해가 사실상 프로 첫 시즌인 중고신인. 시즌 초반만 해도 조급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여유가 생겼단다.
팀을 4연패에서 건져낸 서건창은 "예전에는 늘 쫓기는 기분이었는데,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하자고 마음을 먹으니까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서건창은 "뒤에 (이)택근이 형이 있어 나를 거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짧게 친다는 느낌으로 때렸는데 적시타가 됐다"고 했다.
29일 현재 타율 2할7푼6리, 12타점, 5도루. 서건창의 도전은 진행형이다.
목동=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