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전 인천 감독(57)과 거스 히딩크 러시아 안지 감독(66). 한국축구의 오랜 꿈인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한 명장이다. 허 감독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원정 16강을 달성했고, 히딩크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했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두 월드컵 명장이 손을 맞잡았다.
두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29일 목포축구센터에서 유소년 인재 양성을 위한 허정무-거스히딩크 축구재단 운영 협약식을 가졌다. 허 감독이 재단 대표이사를 맡아 업무전반을 관장하고 해외 체류기간이 많은 히딩크 감독은 명예이사장의 직함으로 재단을 지원하기로 했다. 협약식을 통해 장기적이고 체계화된 시스템 아래서 축구꿈나무를 육성하고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기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허정무-거스히딩크 축구재단은 히딩크 감독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진행한 드림필드사업을 승계하고,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협약식에는 정종득 목포시장과 김재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시도축구협회 회장, 박태하 FC서울 수석코치, 김현대 인천 골키퍼 코치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허 감독은 "이제 시작이지만 한국축구와 사회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히딩크 감독도 "작은 생각으로 출발했는데 말로 그치지 않고 결과물을 얻어서 기쁘다. 꿈나무 육성과 사회적 약자 배려라는 모토를 위해 힘을 쏟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두 명장은 월드컵과 인연이 깊다. 허 감독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서 선수로, 1994년 미국월드컵서 코치로, 2010년 남아공월드컵서 감독으로 활약했다. 히딩크 감독도 월드컵을 통해 세계적 명장으로 발돋움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한-일월드컵, 2006년 독일월드컵까지 맡는 팀마다 신화를 이룩했다. 두 감독이 서로 다른 월드컵을 최고의 월드컵으로 꼽았다. 허 감독은 "남아공월드컵을 평생 잊을 수 없다. 16강에 진출한 순간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을 것이다"고 했다. 히딩크 감독은 "프랑스월드컵도 기억에 남지만 축구뿐만 아니라 한국국민이 보여준 엄청난 열기 때문에 한-일월드컵이 더욱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고 말했다.
두 감독은 기분좋은 추억을 향후에도 이어가기 위해선 유소년 교육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허 감독은 "옛날보다 인프라가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학원축구가 중심이다보니 성적을 내기 위해 경직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쉬웠다. 창의적인 부분을 발전시켜야 한다. 박지성 이영표를 넘는 선수를 키우기 위해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했다. 히딩크 감독도 "네덜란드는 인구 1600만명에 불과한 소국이지만 축구 인프라가 잘 돼 있다. 한국은 인구가 더 많아서 잘만 교육시키면 재능있는 선수를 더욱 많이 키워낼 수 있다. 이를 위해 허 감독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목포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정 시장은 "시설 확충 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축구대안학교를 목포축구센터내에 짓는 것도 계획 중이다"고 했다.
허 감독은 체계적 운영을 위해 직접 스페인 애슬레틱 빌바오에서 지도자 연수를 하며 선진 유소년 육성시스템을 공부할 예정이다. 히딩크 감독은 재단의 우수 선수들이 수시로 해외에 유학할 기회를 마련하고 해외진출의 길도 열어준다. 오는 10월께 공개 테스트를 통해 2013학년도에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선수들을 각각 15~20명씩 뽑을 예정이다.
목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