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업계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증권사와 투자자문사가 부자들을 위해선 무엇이든 하고 있다는 게 골자다. 개인 투자자의 탈세를 돕고, 자본시장법 위반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
금융당국이 주기적으로 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적발을 통한 문제처리가 녹록지 않다. 금융 전문가들은 고액 자산가(VIP) 유치가 치열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계 관계자는 "10억 이상의 고액투자자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뛰고 있다"며 "금융사라면 저마다 VIP플랜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VIP플랜이 불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1:1 맞춤형 투자 상담, 절세 방안 모색 등 공정한 절차의 투자자문을 말한다.
그러나 증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해당 직원이 고객의 요구를 적극 반영할 수밖에 없고 자칫 넘지 말아야 할 법적 경계선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고액 자산가의 자산 관리와 절세 상담 등이 탈세와 탈법을 오가는 위험한 외줄타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최근 HMC투자증권에 기관주의와 함께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투자자의 탈세를 도운 사실이 적발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HMC투자증권의 모 지점장은 지난해 1월 한 고객으로부터 10억원을 위탁받은 뒤 세무서의 압류와 추적을 회피해 주기 위해 차명계좌로 관리했다. 해당 지점장은 현금 5억원과 수표 5억원을 받아 금융거래내역 조회를 피하기 위해 수표를 현금화 한 뒤 5개의 차명계좌를 개설했다.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다. 특히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에 명시된 '투자자의 거래가 탈세의 수단이 되는 행위를 묵인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조항도 어겼다.
금감원은 "고객에게 세금문제가 있어 세무서의 압류 및 추징을 피하기 위해 차명으로 관리해달라는 요청을 승낙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금감원은 해당 지점장이 고객 2명의 주식거래를 위탁받아 484억원 상당을 매매, 자본시장법상 일임매매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투자자가 매매거래일, 매매수량, 매매금액을 지정한 경우로 일임매매를 제한하고있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제한 없이 증권 거래와 관련한 전권을 행사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지점에 개설된 타인의 계좌로 약 2억원을 주식거래를 했지만 회사에는 보고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고액투자자 유치를 위해 증권사 직원이 불법을 자행한 셈이다.
금감원은 최근 유진투자선물이 위탁증거금 미납 계좌에 대한 수탁제한 위반사실도 적발했다. 증권거래법과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는 고객이 위탁증거금을 약정된 시한 내에 납부하지 않은 경우 매매주문의 수탁을 거부해야 한다. 그러나 유진투자선물은 2007년 7월부터 2011년 1월까지 727개 계좌에서 사후위탁증거금이 실제 납부되지 않았음에도 주문이 가능하도록 했다. 관리부서를 통해 위탁증거금이 납부된 것으로 선입금 처리하거나 미납 위탁증거금을 '0원'으로 처리해 가능했다. 금감원은 회사 수익을 위해 불법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고 유진투자선물의 임직원에 대해 주의와 견책 처분을 내렸다.
금감원은 이밖에도 4개 투자자문사의 등록을 취소하고 임원에 대한 해임권고와 주의적 경고를 내렸다. 나눔투자자문은 금융위원회에 등록하지 않고 고객으로부터 주식을 위탁받아 투자일임업을 했고, 글로벌리더스, 아이비, 천지인 3개사는 등록요건 유지의무를 위반했다. 또 투자자문사라면 1인 이상 보유해야 하는 전문인력 요건과 자기자본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활성화의 선봉에서 움직이는 증권사와 투자자문사. 명성에 걸맞은 정도경영 의지 확립과 금융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시급하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