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송 코미디에서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위치는 독보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tvN '코미디 빅리그'(이하 코빅)가 인기를 얻으며 코미디가 '양대 산맥'으로 분리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코빅'이 세번째 시즌까지 오면서 '개콘' 못지 않은 인지도와 충성도를 얻고 있는 것. 특히 '개콘'과 '코빅'은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어 그 맞대결이 주목을 끈다.
▶웃음 노하우 최고 '개콘'
'개콘'은 말할 것도 없이 현존하는 국내 최고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이같은 '개콘'의 특징은 도제식 구조에 가까운 코너 생산 방식이다. 선배가 끌어주고 후배가 따라가는 방식의 '개콘'은 코너가 새롭게 등장할 때도 실패 가능성을 낮춘다. 게다가 기존 인기를 얻은 코너에 대한 노하우는 '개콘'의 보이지 않는 자산이다.
최효종이 '애정남'을 마치고 지난 27일 첫 선을 보인 '하극상'은 '개콘'의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최효종은 특유의 입담을 코너에 녹였고 기존 인기 개그맨 김원효, 정범균 등을 투입시켜 신선함을 더했다. 어디서 본듯하지만 신선한 느낌이 '하극상'을 성공으로 이끈 것. '개콘'의 코너들은 이같은 방식으로 진행돼 연출을 맡은 서수민 PD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큰 무리없이 방송되고 있다.
▶철저한 경쟁 시스템 '코빅'
반대로 '코빅'의 가장 큰 특징은 '개방형'이라는 것이다. '코빅'에 출연하는 한 개그맨은 "'코빅'은 제한이 없다. 연출을 맡은 김석현 PD도 개그맨들에게 '행사건 방송이건 할 수 있는 건 다하라'고 말한다. 실제로 다른 개그 프로그램과 병행하고 있는 개그맨들이 많다"며 "하지만 그런 만큼 경쟁은 더 치열하다. 개그맨들 사이에서 '코빅'개그맨들은 전화가 잘 안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일주일 내내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대놓고 경쟁을 하기 때문에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코빅'에서 조금이라도 재미없다는 소리가 나오면 재방송에서 편집된다던가 코너가 빠지는 일이 발생한다. 게다가 늘 새로운 개그맨과 코너들이 빈자리를 노리고 대기하고 있다. 때문에 기존에 출연하는 개그맨들도 자신들의 코너에 대한 호응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재빨리 코너를 교체해버린다. 방송에 나오려면 더 치열할 수밖에 없고 이같은 자유방임식 시스템이 '코빅'을 더 치열하고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강(개콘) 2중(코빅, 개그투나잇) 1약(웃고 또 웃고)'으로 구분되던 국내 코미디 프로그램이 이제 완전히 양강 체제로 굳혀졌다. MBC '웃고 또 웃고'나 SBS '개그 투나잇'의 경우는 코너별로 단발성 인기를 구가하기는 했지만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말하기는 불안한 구석이 있다. 이 가운데 '개콘'과 '코빅'이 전혀 다른 스타일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지며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 이들의 경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