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서구 염창동에 사는 이영진씨(35)는 최근 아이를 혼내다 깜짝 놀랐다. 5살이 된 태현이의 한쪽 눈이 밖으로 치우친 것. 아이의 눈이 작은데다 평상시에 눈이 돌아가는 현상을 찾아볼 수 없었고 또래 아이들처럼 사물이나 사람을 알아보는데도 문제가 없었기에 충격이 컸다. 이후 '혹시'라는 생각으로 병원을 찾았다 간헐성 외사시라는 진단을 받았다.
▶어쩌다 한번씩 한쪽 눈이 멀어지는 '간헐성 외사시'
우리 눈은 사물을 보기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특히 두 눈은 한 목표물을 주시하기 위해 같은 방향을 응시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바로 외사시가 있는 이들이다.
외사시는 안구를 바르게 정렬시키는 눈운동기구의 이상으로 안구가 비뚤어지면서 눈동자가 밖으로 치우치게 되는 사시다. 한국 소아 사시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간헐성 외사시는 외사시 현상이 어쩌다 한번, 가끔만 발생하는 탓에 얼핏 보기에는 사시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더욱이 간헐성 외사시의 경우 수술했다 해도 재발율이 높은 까닭에 치료에 소극적이기 일쑤다.
하지만 간헐성 외사시를 간과할 경우 장기간에 걸쳐 사시각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안과 이주연 교수가 지난해 대한안과학회지에 발표한 '만 16세 이후에 처음 진단된 간헐외사시' 논문에서 나타난 것으로 간헐외사시의 경우 연령이나 방치 기간에 상관없이 수술적인 치료를 통해 미용적인 부분과 기능적인 면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다.
▶간헐성 외사시 치료 없이 방치 시 각도 더 커져
한림대성심병원 안과 이주연 교수가 지난 2001년 3월부터 2010년 2월까지 본원을 찾아 외사시로 진단받은 환자 중 만 16세 이상이면서 10년 이상 안과 진료 또는 치료를 받지 않았거나 10년 전 외사시 수술을 받았다 해도 오랫동안 방치한 환자 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72.58%인 53명이 30PD(프리즘디옵터) 이상의 큰 편위각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소아 외사시 환자의 사시각이 11-25PD로 19세 미만 소아청소년 간헐외사시 환자의 평균 외사시각이 20PD수준인 점을 따져볼 때 이는 매우 큰 사시각 수치라 할 수 있다. 유아기부터 간헐외사시를 가진 환자가 방치되면 융합상태가 악화될 뿐만 아니라 사시각 크기도 증가한다는 얘기다.
이들의 전체 사시각 평균은 40.68PD이었으며 26%가 55PD 이상, 46.58%가 30~50PD의 외사시를 보였다.
▶안 예쁜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운동·감각 이상
이들이 오랫동안 간헐외사시를 방치하다 병원을 찾게 된 이유는 외사시에 대한 자각증상 때문이 가장 컸다. 외사시 자체를 치료하기 위해서가 42명(57.5%)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의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현상 때문이라는 응답이 8명(11%), 점진적 시력저하 5명(6.8%), 단안시력보다 양안시력 저하 3명(4.1%), 눈 피곤 3명(4.1%), 불빛에 한 눈 감음 1명(1.3%), 고개를 돌리고 사물을 보는 이상 두위가 1명(1.3%)으로 그 뒤를 이었다. 시력 저하와 같은 기능적인 부분에서의 불편함보다도 대화 상대에게 집중하지 않는 인상을 주거나 멍청해 보이는 등 외관상 좋지 않게 보이는 미용적인 특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더욱이 교정안경을 낀 상태에서 두 눈에 대한 각각의 시력을 측정하자 단안시력은 최대 1.0 이상이었지만 두 눈의 시력을 동시에 측정하는 양안 최대교정시력은 0.8에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한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능력이나 시력은 크게 떨어지지 않지만 두 눈으로 같이 볼 경우에는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이들이 겪은 운동 및 감각기능 이상은 원거리 억제가 36명으로 가장 많았다. 가성 사근 기능 항진의 모습을 보이는 외직근경축증후군이 17명, 양쪽 눈으로 봤을 때 잘 보이지 않는 양안시력 저하가 12명, 이상 망막대응 6명, 파노라마시기능이 4명 있었다. 복시와 조절 연축, 사시성 약시가 있는 경우도 각각 2명씩이나 됐다.
▶불편함이 적은 소아기 때 '첫 경험'
자신이 외사시라는 사실을 인지한 시점은 25명이 취학 전이라고 답해 대다수가 어릴 때부터 외사시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학교 때 알게 된 이는 8명, 중·고등학교 6명, 1세 이하라 답한 사람도 2명에 달했다. 특히 20~30대 때 자각한 뒤 최근 들어 상태가 심해졌다고 응답한 이는 32명으로 가장 많았다. 즉, 부모 또는 환자 자신이 외사시 증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상태가 심각해질 때까지 방치했다가 현상이 자주 또는 심하게 생기자 병원을 찾은 셈이다. 또 환자 자신은 사시 자체를 자각하지 못해 늦게 발병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고 자신이 사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해도 소아기에는 큰 불편함 없이 지내다 성인기에 들어서 나빠졌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부모들이 자녀의 간헐성 외사시의 심각성을 간과해 치료를 회피하지 말고 자녀와 적극적으로 상의하고 병원 진료 및 수술을 받아야 성인기에 이러한 미용적, 기능적, 그리고 심리사회적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수술로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두 눈'
이후 73명 중 수술한 53명을 대상으로 수술 후 평균 14개월의 기간 경과 후에 재조사한 결과 이들의 사시각은 77%인 41명이 10PD 외사위, 5PD 내사위 사이로 정위를 보였으며 10PD를 초과하는 외편위 재발환자는 12명(23%)이었다. 특히 수술 전 평균 외사시각이 40.68PD였던 것에서 6.73PD로 대폭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전체 73명 중 22명이 200초각보다 좋지 않았던 근거리 입체시 역시 수술 후에는 9명에서만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고 나머지 13명은 20~140초각으로 호전됐다. 원거리 억제 역시 78.58%가 좋아졌다. 이상망막대응을 보였던 환자들 역시 6개월 이내 워쓰네등검사, 프리즘 융합검사 등에서 정상으로 측정됐다.
▶피곤하거나 방심하면 나타나는 간헐성 외사시
간헐성 외사시는 한쪽 눈이 밖으로 치우친 상태로 이러한 증상이 가끔 발생한다는 점이 불변사시와는 다르다. 유전이 크게 작용하지는 않지만 형제나 자매 중 한 명이 이러한 질환을 가지고 있으면 동생 역시 간헐성 외사시일 가능성이 있다. 주로 유아기 때 이러한 증상이 처음 나타나지만 간혹 모르고 넘어가면 청소년기나 성인이 돼서 증상을 경험할 수도 있다. 특히 평상시에는 괜찮다가 몸이 피곤하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 열이 날 때 증상이 심해진다. 잠이 덜 깬 아침이나 졸릴 때 한쪽 눈이 밖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심하게 야단을 맞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때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군 입대 후 갑자기 심해지기도 한다.
이주연 교수는 "간헐성 외사시는 한쪽 눈이 밖으로 치우친 탓에 외관상 보기 좋지 않을 뿐 아니라 두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어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물론 재발의 우려가 큰 탓에 치료를 꺼리는 이들이 많지만 그렇다 해도 적정한 시기에 치료를 받아야 미용적인 부분 외에도 훼손된 양안시 기능을 호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한림대 성심병원 이주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