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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동기 봉중근-마쓰자카, 같은듯 다른 재활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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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동기생인 봉중근과 마쓰자카. 나란히 1년만에 정상궤도에 오른다?

LG가 6월을 기다리고 있다. 풀가동되고 있는 불펜진에 숨통을 틔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갈비뼈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있는 왼손투수 류택현의 복귀, 그리고 필승조 봉중근의 연투가 가능해지는 시점이 6월이다. 이는 곧 봉중근의 풀타임 마무리투수 전업을 뜻한다. 지난해 6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은 뒤 정확히 1년만이다.

봉중근은 지난해 6월1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컬린-조브 클리닉'에서 루이스 요컴 박사의 집도 아래 수술대에 올랐다. 5월27일 왼 팔꿈치에 있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18일 뒤에 인대 재건 수술을 받았다.

봉중근과 같은 곳에서 하루 차이로 수술을 받은 이가 있다. 바로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고 있는 마쓰자카다. 동갑내기인 둘은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왼손투수와 오른손투수. 봉중근은 재활 도중 "하루 차이로 수술을 받은 마쓰자카의 재활속도가 나보다 빠른 것 같다"며 은근히 마쓰자카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수술 동기생'인 둘은 그렇게 재활 경쟁을 펼쳤다. 토미 존 서저리에 대해 보통 1년 이상의 재활기간이 소요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둘 모두 속도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봉중근은 지난 3월20일 두산과의 시범경기 때 처음으로 1군 실전등판을 가졌다.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 마지막으로 등판했던 2011년 5월18일 광주 KIA전 이후 307일만이었다.

수술 후 9개월여만의 등판. 투구수는 5개에 불과했지만, 정상적으로 세타자를 모두 땅볼로 돌려세우며 1이닝을 소화했다. 최고구속은 140㎞. 이날은 봉중근이 2군 연습경기 이후 두번째로 가진 실전등판이었다. 불과 9개월 전에 팔꿈치 수술을 받은 봉중근이었기에 더욱 놀라웠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의욕적으로 훈련을 소화하며 조기 복귀를 타진한 결과이기도 했다.

하지만 수술 동기생 마쓰자카의 복귀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일본 언론에서 2월 들어 불펜피칭을 소화했다는 소식이 간간이 들리긴 했지만, 실전 등판은 이뤄지지 않았다. 봉중근이 첫 등판 이후 꾸준히 1이닝씩 실전등판을 소화한 것과 달리 마쓰자카 쪽은 잠잠했다.

마쓰자카는 지난달 24일부터 마이너리그 재활등판을 소화했다. 싱글A-더블A-트리플A 순서로 차례로 등판하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갔다. 부상자 명단(DL)에 이름을 올린 메이저리그 투수의 마이너리그 재활등판 기한은 30일. 정상적으로 재활등판을 마칠 경우, 마쓰자카는 이달 말에 메이저리그 복귀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지난 23일로 예정돼있던 마지막 등판이 취소되면서 30일 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목과 어깨로 이어지는 오른쪽 승모근에 통증이 생긴 게 문제였다. 마쓰자카의 빅리그 복귀는 6월 중으로 미뤄지게 됐다.

수술 동기생인 둘의 같은 듯 다른 재활 속도의 이유는 뭘까. 봉중근의 재활 과정을 처음부터 관찰해 온 김용일 LG 트레이닝 코치는 "둘은 지향점부터가 달랐다"고 말했다. 무슨 뜻일까.

봉중근은 지난 3월 시범경기 등판 이후 1주일의 등판간격을 3일-2일로 줄여오는 과정을 밟았다. 2일 휴식 후 등판이 가능해진 지난달 24일부터 봉중근은 1군 엔트리에 고정됐다. 이 과정에서 봉중근은 시범경기나 2군 연습경기, 시즌이 시작된 뒤엔 2군 등판과 1군 등판을 통해 이 간격을 지켜왔다. 그때마다 투구수가 어찌 됐든 무조건 1이닝 등판이었다.

반면 마쓰자카는 75개 투구가 가능해진 뒤에야 실전 등판을 가졌다. 봉중근과 달리, 정확히 5일 간격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투구수는 5개에서 10개씩 끌어올려 마지막 등판에서는 투구수 95개를 기록했다.

봉중근과 마쓰자카의 패턴이 달랐던 이유는 바로 보직이다. 봉중근은 당초 불펜투수로 복귀해 상태를 봐 후반기에 선발 전환을 시도할 예정이었다. 지금까지의 등판이 모두 재활 과정의 일부였다. 무조건적인 1이닝 등판 역시 중간계투로 단시간에 최고의 구위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반면 마쓰자카의 소속팀 보스턴은 마이너리그 재활등판을 마친 뒤 마쓰자카를 곧바로 선발로테이션에 합류시키려 했다. 이후에는 관리를 통해 구위를 끌어올리면 되는 것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수술을 받은 둘은 재활 과정이 전혀 달랐다. 하지만 두명 모두 수술 후 1년이 지난 6월엔 정상적으로 마운드에 선다. 봉중근은 연투가 가능해지면서 팀의 고정 마무리로, 마쓰자카는 무너진 보스턴 선발로테이션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