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가장 뜨거운 순위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28일 현재 팀순위를 살펴보면 무려 6개팀이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팀당 38~41경기, 총 158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8개팀중 4분의3인 6개팀이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한국야구위원회에 따르면 8개팀 체제가 시작된 지난 91년 이후 156~160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6개팀이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또 최종 순위에서도 5개팀이 5할 이상을 기록한 시즌(93, 95, 99, 2000, 2002, 2006년)은 6차례 있었지만, 6개팀이 5할 이상을 올렸던 시즌은 없었다. 비록 시즌 중간이지만 그만큼 확률적으로도 일어나기 힘든 치열한 순위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날 현재 선두 SK와 7위 삼성의 승차는 4게임에 불과하다. 최하위 한화도 공동 4위 3팀과 불과 4.5게임차 밖에 나지 않는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팀간 전력 평준화를 가장 큰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우승팀 삼성이 고전하고 있는 것이나, 매년 하위권을 맴돌던 넥센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만 봐도 팀간 전력이 더욱 평준화됐음을 알 수 있다. 전력 평준화의 증거는 팀타율과 팀평균자책점에서 나타난다. 팀타율 1위 롯데(0.275)와 꼴찌 SK(0.253)의 차이는 2푼2리다. 팀평균자책점 1위 SK(3.83)와 최하위 한화(4.92)의 차이는 1.09밖에 안된다. 지난해 이맘때(160경기 소화) 팀타율 1위 LG와 8위 한화의 차이는 4푼6리, 팀평균자책점 1위 SK와 꼴찌 한화의 차이는 2.18이나 됐다.
감독들의 스타일도 그 경계가 점점 무너지고 있다. 실제 찬스에서 득점을 만들어내거나, 위기에서 투수를 교체하는 과정을 보면 예년에 비해 8개팀 감독들 사이에 큰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적극적인 강공 스타일의 롯데 양승호 감독은 "내 나름대로는 올해 번트 사인을 많이 냈다고 생각했는데, 희생번트가 우리가 제일 적은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만큼 양 감독도 치열한 순위 다툼 속에 한 점을 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는 이야기다.
싹쓸이 현상도 살얼음판 순위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18~20일 주말 3연전에서는 역대 두 번째로 4경기 모두 한 팀이 싹쓸이를 해버리는 '스윕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올시즌 12번의 3연전에서 스윕 현상이 일어났다. 이러면서 팀간 천적 관계도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상대 승률 7할5푼 이상의 매치를 보더라도 SK→한화, 롯데→KIA, 롯데→두산, KIA→LG, KIA→넥센, 두산→삼성, 두산→SK, LG→SK, LG→두산, 넥센→LG 등 관계를 정립하기 조차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
여기에 한화가 적절하게 팀간 힘의 균형을 유지시켜 주고 있다. 한화는 지난 주말 1위였던 넥센과의 3연전을 싹쓸이하면서 상위권 싸움을 혼전양상으로 몰고갔다. 한화는 비록 SK에 6전 전패를 당했지만, 두산과 넥센을 상대로는 각각 3승2패, 4승2패로 우세를 보였다. 또 삼성, 롯데를 상대로도 각각 2승3패로 선전을 펼쳤다.
지금과 같은 혼전양상이 7월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무더운 여름 선수들의 체력이 한계를 드러낼 시점, 부상이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상 선수가 속출하는 팀은 순위 싸움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팬들은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바뀌는 지금의 '무질서와 혼돈'을 반기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