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퇴왕' 김호곤 울산 감독(61)은 올시즌 초반 '마라톤 전략'을 세웠다. 내년시즌 승강제 도입으로 스플릿시스템이 적용되는 이번 시즌 K-리그 44경기를 치러야 하는 대장정을 염두해둔 전략이다. 리그 선두보다는 2~4위권에서 꾸준하게 머문 뒤 막판 스퍼트로 뒤집는다는 생각이었다. 전제조건은 선두와 승점차를 1~2점차로 근소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리그 선두를 유지하는 것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 적잖은 부담이다. 물론 압도적인 전력차로 일찌감치 선두로 치고 나간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치밀한 전략을 짤 수밖에 없다.
선두에 대한 부담은 곧바로 나타났다. 지난 6일 전남을 1대0으로 꺾고 선두로 올라섰지만 내리 2연패를 당했다. 전북과 수원에 덜미를 잡혔다. 마라톤 전략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이 바로 선두권과의 맞대결 성적이다. 선두권과 함께 선두와 승점차를 근소하게 유지하기 위해선 선두권과의 충돌에서 패하지 말아야 한다. 최소 승점 1이라도 따내야 한다. 그러나 울산은 지난 2경기에서 승점을 단 1점도 따내지 못하면서 7승3무3패(승점 24)를 기록했다. 선두 수원(9승2무2패·승점 29)과 승점차가 5점으로 벌어졌다. 수원과 격차를 좁히기 위해선 최소 3~4경기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26일 수원은 서정진이 경고누적으로 빠지지만, 전북은 에닝요가 결장한다. 전력 공백 면에서 전북의 손해가 더 크다. 수원이 수월하게 전북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래서 울산은 26일 강원전이 중요하다. 반드시 승점 3을 확보해야 한다. 5연패에 빠진 강원을 상대로 분위기 반전을 시켜야 한다. 특히 두 마리 토끼몰이 중이 울산은 30일 일본 가시와 레이솔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전을 치른다. 반드시 승리해 K-리그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다. 강원전 승리가 피로회복제가 될 전망이다. 울산 선수들은 시즌 초반 3~4일에 한번씩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체력적인 부담을 느꼈다. 이것을 극복했던 힘이 바로 승리였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