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의 남자'의 마지막회는 말 그대로 뼈아프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 달 18일 이후 줄곧 지켜오던 1위 자리를 마지막회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소름끼칠 정도'라는 스토리라인과 엄태웅 등 주연배우들의 호연이 있었기에 마지막회의 왕좌 수성 실패는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적도의 남자'의 이번 마지막회 실책은 너무 뻔하면서도 개연성이 없는 결말 때문이었다는 의견이 많다. 김선우(엄태웅)와 한지원(이보영)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고 끝을 맺었다. 이용배(이원종)의 죽음에 분노한 이장일(이준혁)은 진노식을 죽이려다 실패했고 벼랑에서 투신했다. 김선우는 다시 시력을 잃었고 진노식은 김선우가 자신의 친아들임을 확인한고 용서까지 받았다. 김선우는 다시 시력을 되찾았고 한지원과 포옹과 키스로 마무리했다.
김선우는 계속 시력을 잃었다 되찾았다를 반복하고 이장일은 너무 극단적인 캐릭터가 돼버렸다. 여성 캐릭터들은 부수적인 역할에 머물렀고 절대악처럼 여겨지던 진노식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적도의 남자'에 대해 "방송 내내 너무 긴장감만을 유지해 시청자들이 지친 것 같다. 그렇게 지친 가운데 마지막회에 대한 기대감도 떨어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3일 19회 방송에서는 방송사고까지 내며 시청자들의 외면을 자초했다. 이날 오후 10시 55분께 갑자기 방송이 중단되며 화면 하단 자막으로 '본 방송사의 사정으로 19회를 마치고 내일 이 시간에 마지막회가 방송됩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라고 알렸다. 편집본 전달과정이 지연돼 방송이 중단된 것, 이같은 사고에 대해 KBS의 한 관계자는 "파업 중이 아니라면 이같은 방송 사고는 징계감이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번 사고를 책임지는 사람조차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동공연기'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열연을 펼친 엄태웅은 온몸과 혼을 내던지는 연기력과 특유의 성실성으로 매회 안방극장 팬들의 가슴을 사로잡으며 "그가 왜 '엄포스'로 통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다른 배우들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호연을 펼쳤다. 그래서 '옥탑방 왕세자'에게 빼앗긴 마지막회 시청률 1위는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