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0경기에 출전, 2골 5도움의 활약을 펼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김근철(29·전남)은 지난해 부산의 주장을 역임하며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치는 듯 했다. 그러나 바람과 달리 지난해는 아픔의 연속이었다. 시작은 호기로웠으나 그 끝은 비참했다. 2군에만 머물다 시즌을 마쳤다. 변화가 필요했다. 새둥지에서 신인의 마음으로 축구 인생 다시 써보기로 마음 먹었다. 마침 경험이 풍부한 미드필더가 필요했던 전남이 손을 내밀었다. 전남의 노란 유니폼을 입은 그는 시즌 전부터 이 날 만을 기다렸다. 2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릴 K-리그 14라운드, 자신을 버린 부산과의 첫 대결이다.
▶독을 품은 근철
풍생고 김근철. 고교 시절부터 전국고교축구대회 왕중왕전 최우수선수상(2000년)과 전국고교선수권대회 MVP(2001년)를 수상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는 2002년 일본으로 훌쩍 떠났다. J-리그 주빌로 이와타에 입단한 그는 2004년까지 쇼난 벨마레에서 활약하다 2005년 K-리그에 입성했다. 대구, 경남 등에서 활약하며 승승장구했다. 2010년 부산 입단 이후 본격적으로 축구인생의 날개를 폈다. 황선홍 감독 시절 부산의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부산 팬들의 마음속에 그의 이름을 새겼다. 그러나 2011년 안익수 부산 감독이 부임한 후 프로 데뷔후 처음으로 쓴 맛을 제대로 봤다. 컨디션은 좋았지만 안 감독의 스타일에 맞지 않아 중용되지 못했다. 4월 이후 1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그는 6경기 출전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주장직 발탁이라는 굴욕도 맛봤다. 몸상태가 이상이 없는데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 더 괴로웠다. 김근철은 "과거 얘기일 뿐이다. 자존심에 많은 상처를 받았다. 언급하기 싫다"고 얘기했다. "남자라면 독기를 품어야죠. 날 버린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던 그의 목소리에는 '독기'가 가득했다.
▶팀 승리='힐링 매치'
시즌 전 일본 전지훈련에서 만난 그는 "지난해 많이 힘들었던 만큼 올해에는 이를 악 물고 플레이하겠다. 몸으로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몸이 문제였다. 시즌 초반 전남의 주전으로 활약했지만 의지가 앞선 나머지 3월 전북전을 앞두고 허벅지를 다쳤다. 그 사이 포지션 경쟁자인 김영욱과 손설민이 주전으로 도약했다. 김근철은 이들에 밀려 교체 멤버로 그라운드를 밟고 있지만 경기에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단다. "주전으로 뛰고 싶지만 젊은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가지지 못한 경험이 많이 있으니 여러 측면에서 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다리다 보면 기회가 있을 것이다." 부산전 출전 가능성은 반반이다. 정해성 전남 감독은 "최근 컨디션이 좋다. 함께 부산에 간다"고 밝혔다. 다행히 부산전을 앞두고 기분 좋게 시즌 첫 공격 포인트도 기록했다. 23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창원시청과의 FA컵 32강전에서 코니의 결승골을 돕는 코너킥으로 전남의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그의 바람은 딱 하나. 부산전 선발 출전도, 공격포인트도 아니다. 그는 "선발이든 교체든 그라운드에 나서기만 한다면 죽을 힘을 다해 뛰겠다. 경기에 못뛰더라도 팀이 이길수만 있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며 웃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힐링 매치'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