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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박종윤에게서 왼손거포 희망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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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롯데는 이대호(오릭스)로 대표되는 팀이었다. 이대호는 2006년과 2010년 타자 트리플크라운을 차지하는 등 역대 롯데 타자중 가장 강력한 힘을 뽐냈다. 그러나 이대호는 오른손 거포다. 롯데는 전통적으로 눈에 띄는 왼손 토종 거포가 없었다. 90년대말과 2000년대에 걸쳐 뛴 외국인 타자 호세가 있었지만, 82년 창단 이후 롯데에서 그에 필적할 왼손 토종 타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80~90년대 '자갈치'라는 별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민호는 91년 20홈런을 때린 것을 제외하면 장타력을 크게 뽐냈던 타자는 아니었다. 그는 3할 타율을 4차례 기록했던 컨택트 히터였다. 그만큼 롯데는 오랫동안 왼손 토종 거포를 갈망해 왔다.

드디어 그 후보가 나타났다. 키 1m88, 몸무게 92㎏의 내야수 박종윤이다. 박종윤이 호쾌한 타격으로 19일만에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거포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박종윤은 25일 잠실 두산전에서 투런 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4타점의 맹타를 터뜨리며 8대4의 승리를 이끌었다.

박종윤은 0-0이던 4회 1사 1루서 두산 선발 임태훈의 139㎞ 한가운데 높은 직구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롯데쪽으로 분위기를 끌어온 결정적인 한 방. 5회에는 2사 1,2루서 임태훈의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터뜨리며 주자 2명을 또 불러들였다. 박종윤의 화끈한 타격으로 경기 중반 주도권을 쥔 롯데는 이후 편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사실 박종윤은 지난해까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01년 데뷔해 올해 프로 12년차의 베테랑이지만, 무명으로 보낸 세월이 훨씬 길었다. 그러나 올해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나면서 기회를 잡았다.

4월7일 한화와의 개막전에서 1루수로 선발 출전한 박종윤은 이후 11경기 연속 안타를 치는 등 시즌초 확실하게 주전 자리를 지켰다. 타순은 주로 6번이었지만, 매경기 인상적인 타격으로 양승호 감독의 신임을 얻었다.

그러나 5월 들어 주춤하기 시작했다. 상대팀들의 분석이 이뤄지면서 유인구에 속는 일이 많아졌다. 전날까지 5월 들어 거둔 성적이 타율 1할9푼2리에 1홈런, 6타점이었다. 삼진은 80타석에서 12개를 당했다. 그러다 감을 찾은 것은 23일 대구 삼성전. 8회 대타로 기용된 박종윤은 3-3이던 9회 왼손 권 혁으로부터 중전적시타를 뽑아내며 팀승리를 이끌었다. 이튿날 삼성전에서는 다시 선발 1루수로 나가 2안타를 뽑아내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이날 5번 타자로 나선 박종윤은 지난 6일 인천 SK전 이후 19일만에 홈런포를 터뜨리며 장타 감각도 회복했음을 알렸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