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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배영수에게 1회 징크스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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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원조 에이스 배영수(31)는 1회가 스트레스라고 했다. 한창 잘 나갈 때는 그런게 없었다. 팔꿈치 수술(2007년 1월)을 받고 공의 구위가 예전 같지 않으면서 1회가 공포의 이닝이 됐다. 특히 2011년에는 1회에 자주 좋지 않은 투구를 했다. 배영수의 2011년 이닝별 성적을 살펴보면 1회 피안타율이 3할1푼으로 높았다. 또 1회에 가장 많은 볼넷(7개)을 내줬다.

이런 현상은 24일 대구 롯데전(7대2 삼성 승)에서도 벌어졌다. 선발 등판한 배영수는 1회초 수비에서 진땀을 흘렸다. 안타는 하나도 맞지 않았다. 그런데 1실점했고, 무엇보다 연속으로 볼넷을 3개나 허용했다. 첫 타자 황재균은 1루수 뜬공으로 잡았다. 하지만 이후 박준서 손아섭 전준우를 연속 볼넷으로 출루시켜 순식간에 만루 위기를 맞았다. 그 상황에서 홍성흔에게 외야 희생 플라이로 선제점을 내줬다. 강민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으면서 어렵게 이닝을 마쳤다. 배영수의 1회 투구수는 무려 30개였다. 이 경기에서 배영수는 7이닝 4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 시즌 3승을 거뒀다. 총 투구수는 106개. 1회에 크게 흔들린 배영수는 2회부터 이렇다할 위기 없이 물 흐르듯 7회까지 마운드를 잘 지켰다.

배영수의 1회 징크스는 완벽하게 던져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배영수는 2004년 17승(2패)을 올렸던 원조 에이스였다. 하지만 팔꿈치 수술 이후 150㎞를 넘었던 최고 구속이 140㎞초반에 머물러 있다. 2009년에는 1승(12패)으로 2000년 프로데뷔 이후 최악의 성적을 냈다. 2010년 6승(8패), 지난해에도 6승(8패)에 그쳤다. 배영수는 최근 몇년 계속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다고 했다. 빨리 잘 던져서 에이스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다보니 마운드에 선 1회가 항상 힘들 수밖에 없다.

그는 지나칠 정도로 제구에 신경을 썼다. 롯데전에서도 치기 쉬운 공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게다가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에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배영수는 스트라이크라고 판단했지만 심판은 볼로 봤다. 그러면서 볼넷이 연속으로 쏟아졌다. 배영수는 "지난해부터 1회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배영수는 1회가 힘들다는 생각을 빨리 떨쳐버려야 한다. 스스로 그런 생각에 빠져 있을 경우 징크스 탈출은 어렵게 된다.

배영수는 이번 시즌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잘 지켜주고 있다. 7경기에 선발 등판, 3승(2패) 평균자책점 3.57을 기록했다. 4월 29일 인천 SK전 때 2승 이후 4경기 만에 1승을 추가했다.

최근 몇 년새 시즌 초반 가장 좋은 출발로 봐야 한다. 이 추세라면 올해 배영수는 10승 이상도 가능하다. 1회에 흔들리는 불안 요소가 계속 이어지면 곤란하다. 배영수는 2005년 11승(11패) 이후 지난 5년 동안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지 못했다. 배영수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삼성과 2년 계약이 만료된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