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수가 많은 프로야구, 농구 같은 프로 스포츠에는 '천적관계'가 존재한다.
한 시즌 장기 레이스를 펼치며 상대팀과 여러차례 맞대결을 하는 동안 대부분 승패를 주고 받는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특정팀을 상대했을 때 꼬리를 내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런가 하면 한때 특정팀의 '밥'이었다가도 시즌이 바뀌면 '킬러'로 뒤바뀌기기도 한다. 변화무쌍한 천적관계는 팬들의 보는 재미를 높여주기도 한다.
올시즌 프로야구에서도 어김없이 '천적관계'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것도 다양한 얼굴로 천적관계에 얽힌 팀을 울고 웃긴다.
▶너만 보면 질린다
대표적인 경우가 롯데와 KIA다. 롯데 앞에서 KIA는 완전히 이빨 빠진 호랑이다. 롯데는 지난 20일 승리를 계기로 KIA전 12연승을 기록했다. 특정 팀 최다 연승 신기록이다. KIA는 지난해 6월 29일까지만 해도 2011시즌 맞대결에서 6승5패로 우위였다. 하지만 6월 30일부터 패하기 시작하더니 고질병이 되고 말았다. 한화는 SK가 밉다. 올시즌 들어 6차례 붙어 한 번도 이기지 못하는 등 SK전 7연패다. 지난해에도 맞대결 전적 7승12패로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는데 올시즌에도 SK 징크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가 최하위인데도 불구하고 SK를 제외한 다른 팀과의 상대전적에서는 절대적 열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 속이 탄다. LG는 넥센 공포증에서 여전히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LG는 넥센을 만났을 때 걸핏하면 역전패하는 등 7승12패로 크게 열세였다. 'LG킬러' 넥센의 위용은 올시즌에도 변함없다. LG는 그동안 넥센과 6경기를 치러 1경기 승리(5패)하는데 그쳤다. 22일 현재 3위로 공동 6위에 그쳤던 지난해보다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LG로서는 넥센의 벽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아! 옛날이여…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고. 천적관계도 변화한다. 잠실구장 라이벌 두산과 LG가 꼭 그런 경우다. 두산은 올시즌 LG와의 맞대결에서 1승5패로 절대적인 열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선두에 오를 정도로 LG와 마찬가지로 약진하고 있는 두산이 맞대결 전적에서 가장 고전하게 만든 상대가 LG다. 지난해 두산은 5위를 기록하며 LG와 비슷하게 부진하면서도 LG전에서 만큼은 12승7패로 강했다. 7개 상대팀과의 전적에서 LG에 가장 강했던 두산이 1년 만에 LG의 밥이 돼 버린 것이다. 그래도 두산은 삼성을 보면 위안이 된다. 지난해 삼성전 5승1무13패의 열세였다가 올시즌 4승1패로 재미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에게 옛날 생각이 나게 하는 팀은 두산만 있는 게 아니다. 올시즌 돌풍의 팀 넥센도 가세했다. 삼성은 지난해 최하위 넥센을 상대로 15승(4패)을 챙겼다. 8개 구단 통틀어 특정팀 상대 최다승이었다. 하지만 올시즌 들어서는 2승4패로 맥을 못추고 있다. 22일 현재 선두를 달린 SK도 마냥 즐겁지는 않다. 딱 한팀 LG가 눈엣가시다. 지난해 LG전에서 11승8패로 제법 재미를 봤지만 올시즌에는 1승3패로 LG를 만나면 가장 고전하고 있다. KIA를 울리고 있는 롯데는 영남 라이벌 삼성때문에 약간 울상이다. 지난해 삼성전에서 9승1무9패로 막상막하였다가 올들어 1승1무4패로 밀렸다. KIA 역시 두산을 보면 옛날 생각이 난다. 올시즌 맞대결에서 2승4패로 롯데전 다음으로 신통치 않다. 지난해 12승7패로 여유있게 우위를 점했던 것과는 정반대 상황이 됐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