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팀에서 분위기를 리드할 수 있는 선수는 특별히 없어요."
지난 17일 경기 전. 오릭스가 1무 포함 5연패에 빠졌을 때 이대호가 한 말이다. 이것은 이대호가 예전부터 우려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이대호는 지난 2월 스프링캠프 때 이런 말을 했다. "제가 봤을 때 오릭스라는 팀은 무드를 바꾸거나 팀에 중심을 잡아줄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오릭스에 오래 있을 수도 있지만 외국인선수 보다는 기존의 선수가 중심을 잡아야 모든 선수들이 힘을 모아서 따라갈 수 있지요."
하지만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팀의 긴급 사태에 이대호가 중심선수로서 오릭스를 견인하기 시작했다.
16일부터 시작한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의 교류전에서 이대호는 팀의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대호의 교류전 4경기 성적은 14타수 3안타다. 숫자만 보면 좋아 보이지 않지만 주자가 있는 상황에 한정하면 6타수 3안타 5타점 2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주자가 있을 때 타석에 들어가는 게 좋지요." 이틀 연속 투런홈런을 친 20일 경기후 이대호는 원정팀 라커룸에서 미소를 보이면서 이렇게 말했다. 심각한 부진과 주전선수들의 잇따른 부상 이탈로 심각한 상태에 있는 오릭스 타선. 이대호의 앞에 주자를 놓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대호의 앞에 주자가 있으면 그가 해결해 준다'는 것이 오릭스의 공통된 인식이 되고 있다.
17일 요미우리전에서 이대호는 적시 3루타를 쳤다. 오릭스에겐 13일 이대호의 솔로홈런 이후 15이닝만의 득점이었다. 그 안타는 34이닝만에 나온 적시타였다.
그리고 19일 야쿠르트전. 1대2로 오릭스가 뒤지고 있던 9회초 2사 1루에서 이대호가 해냈다. 그날까지 올시즌 무실점 피칭을 하고 있었던 야쿠르트 마무리 투수 바네트를 상대로 플카운트에서 높은 실투성 커트 볼을 놓치지 않았었다. 왼쪽 스탠드에 꽂히는 역전 투런홈런. 이대호는 2루를 지나갈 때 양손을 올리는 포즈를 하고 덕아웃에서는 동료 발디리스와 뜨거운 포옹을 했다.
그 상황에 대해 야쿠르트 포수 아이카와는 "조금 공이 바깥쪽으로 갔어야 되는데"라고 반성했다. 이대호는 그 이전 타석에서 주심의 바깥쪽 판정에 불만스런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야쿠르트 배터리는 그 코스에 볼배합을 하려고 했지만 이대호는 득점 기회에서 오히려 주자가 없었을 때보다 더 여유를 가졌고, 타석에서 분위기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었다.
오릭스는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코칭스태프 없이 야수들만으로 미팅을 했고, 그 자리에서 이대호도 이야기를 나눴다. 경기전 훈련 때 제일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선수가 이대호다. 6연패를 탈출하고 2연승을 올린 오릭스. 향후 행보 역시 쉽지는 않겠지만 희망의 존재인 '팀리더 이대호'가 큰 힘으로 견인해줄 것이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