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김진욱 감독이 양준혁 해설위원 반긴 사연은?

by

20일 잠실구장. 두산 덕아웃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아 있었다. 19일 잠실 LG전에서 0대4로 패하면서 어느새 4연패. 이달 초만 해도 1위를 달렸지만, 어느새 순위는 4위까지 떨어졌다.

경기 전 만난 김진욱 감독은 "타자들이 전체적으로 힘이 떨어져 있다"며 입맛을 다셨다. 체력 문제로 인해 두산 특유의 허슬플레이가나오지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취재진과 대화를 마친 김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설 때쯤, 이날 경기 중계를 맡은 양준혁 SBS 해설위원이 덕아웃으로 들어와 김 감독에게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양 위원: (큰 소리로)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김 감독: 왜 이제 왔어. 중계 맡은 날은 앞으로 좀 일찍일찍 내려와서 우리 애들 훈련도 봐주고 하면 좋잖아.

양 위원: (놀란 표정으로) 작년에는 훈련 때 내려와서 얘기도 많이 했는데, 싫어하는 분들이 계셔서 요즘엔 선수들한테 별 말 안 합니다.

보통 해설위원들은 경기 전 훈련 때 베팅케이지 근처에 가서 코칭스태프나 선수들과 대화하는 경우가 있다. 중계를 위한 정보를 얻기도 하고, 후배들에게 조언을 하기도 한다. 특히 선수생활을 마감한 지 얼마되지 않은 양 위원은 친분이 있는 후배들이 많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때문에 몇몇 팀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듯 했다.

김 감독: (손사래를 치며) 우리는 언제든 환영이야. 야구는 양 위원처럼 경험있는 사람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돼. 우리같이 매일 얼굴 맞대는 사람 얘기 듣는 거랑 다르다니까. 받아들이는 게 달라.

양 위원: 아, 감독님만 괜찮으시면 앞으로 빨리 내려와 있겠습니다. 근데 제가 말한다고 해도 야구엔 정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김 감독: 그럼 정답이 없지. (크게 웃으며) 다른 선수들이면 정상폼 아닌데 그 폼이 양 위원 몸에는 딱 맞잖아.

김 감독은 코칭스태프 외 다른 이의 조언이 중요한 이유를 꺼내놓았다. 18일 경기에서 LG 주키치를 철저하게 분석해 대비했지만, 8이닝 동안 1점을 얻어내는 데 그친 상황을 언급했다.

김 감독: 밤새 분석하고 해도 주키치 볼을 못 쳤어. 근데 최준석이 안타 하나 친 뒤에 다른 애들도 치기 시작하더라고. 준석이가 덕아웃에서 볼이 변화하기 전에 타석 앞으로 붙어서 치라는 말 한마디하고 확 변하더라니까. 그러니까 앞으로 꼭 일찍 내려와.

양 위원의 약속을 받아낸 뒤 김 감독은 덕아웃을 떠났다. 자칫 코칭스태프의 영역을 침범한다 여겨질 수도 있지만, 코치들과 색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선배들의 시선 역시 소중하다는 게 김 감독의 지론이었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