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금융지주의 방만한 계열사 관리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감사원은 최근 산은금융지주와 중소기업은행(IBK기업은행) 등 민영화를 앞둔 정부 투자 금융기관의 자회사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무분별한 투자, 업무중복에 따른 비효율,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하는 조직, 여기에 적자속에서도 흥청망청 성과급 돈잔치까지. 생각보다 부실은 심각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왕의 남자'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진두지휘하는 산은금융지주의 관리부실 질타는 강력했다.
산은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 산은자산운용은 무리한 펀드 투자로 손실을 봤다. 산은자산운용은 증권형 펀드 외에 펀드 운용 경험이 없다. 하지만 설립 취지에 맞지 않게 프로젝트형 선박펀드 7개에 7600억원을 투자해 7개 펀드 모두 큰 손실을 봤다. 업무 경험이 있는 직원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투자한 결과였다.
산은금융지주가 39.09%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 대우증권은 지난해 중국 기업(중국고섬)을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과정에서 관리부실로 큰 손실을 입었다. 상장절차를 무리하게 진행해 581억원의 실권물량을 떠안아 결국 235억5000만원의 평가 손실을 입었다. 손실을 본 국내투자자들이 대우증권 등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중이다.
산은금융지주가 99.92% 지분을 갖고 있는 산은캐피탈의 도덕불감증은 더욱 놀랍다. 대출채권의 자산건전성 분류 오류 등에 따른 재무제표 작성 부실로 당기순이익은 높이고, 당기순손실은 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실적보다 훨씬 많은 돈잔치를 벌였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경영진은 자기들 뱃속만 챙겼다.
사장은 2억9400만원을 더 가져갔고, 감사는 1억1600만원을 더 챙겼다. 직원들이 나눠 가진 2억2200만원을 훨씬 웃돈다. 경영평가 점수도 실제로는 75.3점인데 이같은 꼼수를 통해 80.4점까지 올렸다. 경영평가 점수 구간이 75~80점이 되면 급여의 10% 반납,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해야하는데 이 역시 이행하지 않았다.
산은금융지주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은 최근 이 회사의 '이상 행보' 때문에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31일 기획재정부는 민영화를 앞둔 산은금융지주와 산업은행 등을 서둘러 공공기관에서 해제했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산은금융지주를 맡으면서 "자리를 걸고 공공기관 해제를 이끌어내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이뤄졌다. 당시 금융권은 놀랐다.
산은금융지주는 정부가 100% 지분을 가진 정책금융공사가 90.26%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정부의 직접 지분도 9.74%나 된다. 엄연한 공공기관. 하지만 산은금융지주는 정부 규제를 벗어나 경쟁력을 키우겠다며 공공기관 해제를 요구했다. 정권 실세인 강만수 회장이 있어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와중에 특혜시비와 함께 방만 경영에 대한 경계 목소리가 컸다. 정부의 관리 감독이 허술해지면 직원수를 마음껏 늘리고 연봉을 자유롭게 인상하는 등 좋은 것만 취하려 들 것이 뻔하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는 이같은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입증한다.
산은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 감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몇 가지 세부 수치가 다른 것이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맞다. 자회사와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