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이 자신의 장르를 넘어 다른 장르에 깜짝 등장하며 팬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가수가 드라마에, 개그맨이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 또 배우가 개그 프로그램에 등장하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것. 이같은 장르 파괴는 '신선함'을 앞세워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KBS2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는 가수 겸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원준 말고 또 한명의 가수가 출연한다. 바로 가수 김장훈이다. 김장훈은 행사로 연명하는 한물 간 가수 김장훈을 연기하며 윤빈 역의 김원준과 함께 '찰떡' 호흡을 선보이고 있다. 예전 방송에서 윤빈에게 행사를 넘겨주는 '구세주' 역할로 깜짝 등장했던 김장훈은 지난 12일에는 아예 윤빈의 옥탑방으로 찾아와 방일숙(양정아)과 대화까지 나누는 등 카메오의 선(?)을 이미 넘어섰다.
가수가 드라마를 넘보는 사이 개그맨들은 가수들의 무대를 침범했다.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인기 코너 '용감한 녀석들'의 신보라 박성광 정태호 양선일은 코너에서 개그송으로 선보였던 '기다려 그리고 준비해'를 들고 지난 3월말 KBS2 '뮤직뱅크'(이하 뮤뱅)에 출연한 바 있다. 발매 즉시 각종 음원 순위 사이트 1위를 석권한 이들은 14일 두번째 싱글 'I 돈 Care'를 들고 다시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I 돈 Care'는 돈에 관한 현실적인 내용을 코믹하게 풀어낸 R&B 힙합곡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배우들은 '개그콘서트'에 출연해 시청자들의 스트레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스트레스까지 풀고 있다. 지난 달 15일에는 배우 정석원이 '개콘'의 인기코너인 '생활의 발견'에 출연해 신보라를 두고 송준근과 신경전을 벌렸다. 그는 여기서 개그맨 김준현과 '깜짝' 키스신까지 펼쳤다. 배우 김소연 역시 '꺾기도' 코너에 빨간색 트레이닝팬츠에 하얀 티셔츠를 입고 등장해 완벽하게 망가지는 모습을 선보여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지난 13일 방송에서는 '감수성'에 '해를 품은 달'의 아역 김유정이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이벤트들은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스타 본인에게 있어서는 신선한 자극제가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지난 10일 방송한 KBS2 '해피투게더3'에 출연한 신보라는 '뮤뱅'에 출연할 당시의 기분을 털어놨다. 그는 "'뮤뱅'에 나가보니 가수들이 왜 무대를 좋아하는지 알겠다"며 "다른 가수들은 팬클럽이 있었지만 우리는 없었는데 그러니 모두 다 응원을 해주더라.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보라가 "가수들의 무대를 침범해서 미안하다"고 말하자 MC 박미선은 "뭐가 미안하냐. 가수들은 매일 우리 예능에 출연한다"고 농담처럼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과도한 장르 외도는 보는 이들의 몰입도를 떨어뜨릴 수 있어 조심해야할 부분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스타들의 장르 간섭이 많이 일어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장르의 주체들이 제 몫을 많이 못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게다가 지나친 장르 외도는 보는 이들까지 불편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