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A대표팀 감독이 에닝요 귀화 논란에 정면대응했다.
축구협회는 지난해 대한체육회와 에닝요(전북)와 라돈치치(수원)의 특별귀화를 요청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통과를 위해서는 두 선수의 힘이 필요하다는 최 감독의 판단을 받아 들였다. 그러나 체육회 법제상벌위원회는 '불가' 방침을 정했다. 한국어가 서툰데다 문화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에닝요에 특별귀화 추천을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해당 포지션에 국내 선수 다수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축구협회는 법무부 장관 접촉 및 체육회 추천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장, 4년제 대학 총장 등 외부인사들과 접촉해 문제를 풀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법무부 측에서 "체육우수 인재 특별귀화 추진 대상자가 체육회가 아닌 다른 단체의 추천을 받는다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자 재심 요청을 하는 것으로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최 감독은 1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체육회 결정을 정면 비판했다. "과연 체육회 측에서 에닝요의 경기력과 인성 등을 직접 봤는지 되묻고 싶다." 날선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그는 "에닝요의 나이 문제(31세)를 거론하는데, 나이가 많으면 월드컵에 나서면 안되는가. 감독이 특별귀화 요청을 할 정도라면 그 선수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드러나는 것인데 그 부분은 알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정서에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가 원한다"고 강조했다.
화살은 언론을 향했다. 최 감독은 "지금까지 언론과 동반자라는 생각으로 일을 해왔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부분과는 전혀 다른 부분으로 왜곡되고 있다. 내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자꾸 소설처럼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심히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A대표팀은 지금 최종예선이라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다. 전쟁을 준비하는 장수를 기본적으로 흔들고 있으면 내가 생각해 왔던 동반자라는 생각을 지울 수밖에 없다. A대표팀 감독은 절대적으로 승부에 이겨야 하는 감독이다.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면 안된다. 절차상 우리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감독은 "에닝요 귀화를 통해 내가 전북에 돌아가 이득을 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할 시간도 없었고, 그럴 마음도 없다. 만약 정말 내가 그런 의도를 갖고 접근했다면 지탄을 받고 옷을 벗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감독은 그러나 에닝요의 특별귀화 요청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최종예선 준비에 이상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당초 최 감독은 "에닝요가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구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6월 8일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1차전 뿐이다. 머릿속에 여러가지 상황을 넣고 조합을 거듭하고 있다. (에닝요와 라돈치치) 두 선수의 합류 유무와 관계없이 최종예선 준비는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 감독이 에닝요 특별귀화 요청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음에 따라 축구협회는 재심 요청을 금주 내에 체육회에 접수할 예정이다. 재심 결과 특별귀화 추천이 허가되면 법무부 국적난민과 심의위원회에서 에닝요의 특별귀화 수락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심의위원회가 열리는데 최소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에닝요가 17일 A대표팀 명단에 합류해 카타르전에 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