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터졌구나."
12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12라운드 상주-전남전. 전반 8분 헤딩 선제골을 넣은 그는 벤치로 달려가 정해성 전남 감독을 번쩍 들어 안았다. 자신을 믿고 기용해준 감독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다. 순간 3년 전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일본 J2-리그 반포레 고후에서 터뜨린 프로 데뷔골 장면이다. 코너킥을 헤딩골로 연결한 상황이 상주전과 똑같았다.
29세의 늦깎이 K-리그 신인 공격수 김신영(전남)이 오랜 기다림 끝에 K-리그 데뷔골을 터트렸다. 이렇게 오래 걸릴줄 생각하지도 못했단다. 대학시절 특급 유망주로 이름을 알렸던 그였기 때문이다. 일본 무대에서 실패를 맛본 뒤 터트린 한국 데뷔골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1m86의 장신인 김신영은 한양대 시절 2004년 대학선수권에서 최우수선수(MVP)와 득점왕을 차지하며 유망주 공격수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K-리그와는 인연이 닿질 않았다. 드래프트를 앞두고 입은 부상으로 J-리그행을 택했다. '금의환향'을 꿈꾸며 일본에 입성했지만 벽이 높았다. J-리그 2경기 출전에 그쳤고 J2-리그 팀을 전전하며 134경기에 출전, 28골-15도움을 올린게 전부였다. 일본에서의 5시즌을 마친 그는 올시즌 K-리그에 첫 발을 내딛었다. 그가 복귀를 선언하자 K-리그 3개 팀이 영입 경쟁을 펼칠 정도로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낸 정 감독의 전남을 택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스포츠 탈장으로 데뷔가 늦어졌다. 묵묵히 연습에 매진했다.
상주전을 앞두고 몸이 100%가 아니지만 정 감독에게 출전 의지를 내보였다. 정 감독도 눈 딱 감고 조커로 활용하던 그를 선발 명단에 집어 넣었다. 김신영은 팀의 2대1 승리를 이끈 선제골로 전남에 승리를 선사했다.
김신영은 "국가대표까지 꿈꾸며 일본에 진출했지만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 뭔가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늦게나마 골을 넣었고 팀도 승리해 기쁘다. 어떻게 소감을 말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다라는 생각뿐이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상주전에서 승리를 거둔 전남 선수단은 14일 휴식을 취했다. 모든 선수들이 휴가를 받아 집으로 돌아갔지만 김신영만 홀로 광양 클럽하우스에 남아서 개인 훈련을 실시했다. '3연승까지 집에 가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약속 때문이다. 3월 시즌이 시작된 뒤 아내와 아들이 기다리는 경기도 일산의 집을 찾지 않았다. 동료들이 "오늘도 집에 안가냐"고 묻는 것이 일상이 됐다.
"팀의 3연승이 개인적인 목표다. 목표를 정하고 하나씩 이뤄나가야 내 자신에 발전이 있다. 숙소에서 계속 몸관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상주전에서 데뷔골을 터트릴 수 있었다.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내가 목표를 이룰때까지 기다려준다고 했다. 마음이 약해질까봐 경기장에도 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
심지어 한 달전 돌아가신 할머니의 장례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구단 관계자가 걱정할까봐 알리지도 않았단다. 그만큼 개인 목표 달성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그는 "할머니와 아버지께 죄송하다. 3연승을 달성한 뒤 꼭 할머니 산소부터 찾아뵐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K-리그 신인이지만 전남에서는 이운재(39)를 제외하고 최고참인 그는 팀이 3연승을 달성하면 후배들에게 딱 한마디 하고 싶다고 했다. "나 집에 간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