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야속했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눈물이 가득했다.
볼턴이 끝내 챔피언십(2부 리그)으로 강등됐다. 14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스토크-온-트렌트의 브리타니아스타디움은 통곡의 성이었다. 상대는 스토크 시티였다. 2011~2012시즌 피날레 무대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잔류의 길은 승리 뿐이었다. 전반 13분 선제골을 허용한 볼턴은 전반 39분 마크 데이비스, 45분 케빈 데이비스의 릴레이 골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 시각 잔류와 강등을 놓고 경쟁하던 QPR(퀸즈 파크 레인저스)이 맨시티를 상대로 역전골을 터트렸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변이었다. QPR이 승리하면 스토크 시티를 꺾더라도 희망이 없었다. 응원 열기가 꺾였다. 선수들도 페이스를 잃었다. 후반 32분 동점골을 허용하며 아쉽게 2대2로 비겼다.
전력의 핵인 이청용과 홀든의 부상, 무암바의 심장마비…, 불운은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QPR은 후반 인저리타임에 2골을 허용하며 맨시티에 2대3으로 무릎을 꿇었다. 승점 1점차로 천당과 지옥이 엇갈렸다. 볼턴은 승점 36점(10승6무22패)을 기록, 18위에 머물렀다. EPL에선 18~20위가 챔피언십으로 강등된다. EPL 잔류 마지노선인 17위 QPR은 승점 37점(10승7무21패)으로 가까스로 17위를 유지했다. 스토크 시티만 꺾었다면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청용은 6일 웨스트브로미치전에 이어 이날 후반 36분 다시 교체투입됐다. 인저리타임을 포함해 15분을 누볐다. 시즌 첫 슈팅을 기록하는 등 분전했지만 기적은 연출하지 못했다.
2011~2012시즌이 마침표를 찍었다. 이청용은 갈림길에 섰다. 3년전이었다. FC서울에서 뛰던 그는 2009년 8월 볼턴에 둥지를 틀었다. 21세의 어린 나이였다. 첫 시즌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볼턴의 '올해의 선수상'을 비롯해 '선수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상', '올해의 최고 신입 선수상', '올해의 톱3'까지 수상하며 4관왕의 대위업을 달성했다. 지난 시즌에도 아시안컵을 오가는 강행군 속에 제몫을 했다. 오언 코일 볼턴 감독은 "1000만 파운드(약 186억원)의 가치를 지닌 선수"라고 극찬했다.
올시즌, 어느 때보다 이상이 컸다. 현실은 가혹했다. 출발도 하기 전에 암초를 만났다. 지난해 7월 31일이었다. 웨일스 뉴포트카운티와의 프리시즌에서 오른 정강이 하단 3분의 1지점의 경골과 비골이 골절됐다. 축구화를 신은 후 첫 시련이었다. 복귀 시점이 3월로 예상됐다. 워낙 큰 부상이라 후유증은 컸다. 약 10개월이 흐른 이달 초 돌아왔다. 그는 시즌 종료 2경기를 앞두고 복귀했지만 강등의 비운을 경험했다.
미래는 안갯속이다. 이청용은 볼턴과 2013년 6월까지 계약돼 있다. 챔피언십으로 강등될 경우 팀을 떠난다는 조항은 계약서에 없다. 하지만 볼턴은 파산 직전일 정도로 재정이 열악하다. 이청용의 30억원 연봉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 챔피언십에 맞게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제 2의 길을 찾아야 한다. 투자할 여력이 없는 볼턴이 2012~2013시즌에서 EPL로 승격할 가능성은 장담못한다. 챔피언십에서 한 시즌을 보내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이적할 가능성이 높다. 부상에서 이제 막 회복했지만 그는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시즌 종료와 함께 여름이적시장의 문이 열렸다. 이청용의 여름도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