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전에서 패한 강원 선수단이 늦은 밤 한 자리에 모였다.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 모이는 자리가 아니었다. 좋은 경기를 하고도 패하는 경기가 반복되면서 떨어진 자신감을 살리고자 서로를 위로했다. 잘된 점을 보여주고 잘못된 점을 토론하며 내일을 기약했다. 한밤의 힐링캠프가 열렸다. 김상호 강원 감독은 "4연패 중이지만 상주전을 제외하면 내용은 괜찮았다. 자신감까지 떨어질 필요는 없다. 서로 의견을 나누고 좋은 방향을 찾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고 설명했다.
강원은 소통의 팀이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벽은 없다. 동계 전지훈련 기간 중에도 집단토론이 수시로 열릴 정도로 허물없이 의견을 나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제시한 방향도 중요하지만 정작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의 의견도 조합을 잘 하는 것이 시너지가 난다는 평소의 지론이 반영된 결과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선수들도 주저없이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주장 김은중, 부주장 배효성 등 고참 선수들이 스스럼 없이 참여하면서 자연스러운 문화가 됐다.
힐링캠프의 답은 희망이었다. 제주전에서 4골을 내줬다. 하지만 두 골을 얻었다. 올 시즌 영입 후 11경기 동안 침묵하던 웨슬리가 드디어 골맛을 봤다. 전반전 두 번이나 실점을 했으나 이를 금새 따라 잡으면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뚝심을 보여줬다. 전반전을 마치고 교체된 주전 골키퍼 송유걸이 끝까지 골문을 지켰다면 승부는 바뀔 수도 있었다. 김 감독은 "득점을 해야 할 상황에 하지 못했고, 실점하지 않아도 되는 장면에서 골을 허용했다.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투지를 본 경기였다"고 했다.
강원은 20일 포항전을 시작으로 23일 고려대와의 FA컵 32강전, 26일 울산 원정 등 가시밭길 일정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 일정을 제대로 넘기지 못하면 '꼴찌 탈출'이라는 올 시즌 목표 달성은 더욱 힘들어 진다. 김 감독은 '힐링캠프' 효과를 기대했다. 김 감독은 "나 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가 준비한 것을 다 풀어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막혔던 체증이 풀리면 한결 쉬워지지 않겠는가.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