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았을 뿐이다."
승부를 바꾼 맹활약이었다. 그러나 받은 것은 당근이 아닌 채찍이었다.
윤성효 수원 감독이 광주전 승리에 지대한 공헌을 한 에벨톤C에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 에벨톤C는 1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광주와의 2012년 K-리그 12라운드에서 팀이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시작과 동시에 동점골을 터뜨린데 이어 후반 18분에는 날카로운 측면돌파로 광주 수비수 유종현의 자책골을 유도했다. 에벨톤C의 활약에 힘입어 전세를 뒤집은 수원은 두 골을 더 넣으며 광주전을 4대1로 마쳤다. 대전에 패하면서 내려왔던 선두 자리에 일주일 만에 재등극하는 겹경사도 누렸다. 승부를 바꾼 에벨톤C가 칭찬세례를 기대했을 만한 상황. 그러나 윤 감독은 시큰둥 했다. "전반에 좋은 찬스에 득점을 하지 못했다. 후반도 마찬가지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한 골은 수비에 맞고 들어가는 등 운이 좋았다. 감독 입장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더 발휘해주길 바란다."
윤 감독이 에벨톤C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 선수층이 두텁기로 소문난 수원이지만 에벨톤C는 특별하다. 윤 감독은 2010년 부임 이후 브라질 출신 외국인 선수로 재미를 못 봤다. 7명의 선수를 바꾸는 동안 기대를 충족시킨 선수가 없었다. 때문에 지난 시즌이 끝나기 전부터 브라질에 스카우트를 파견, 옥석가리기에 공을 들였다. 이런 산고 끝에 얻은 선수가 에벨톤C다. 공을 들인 만큼 효과는 즉각 나왔다. 개막전부터 맹활약하더니 어느덧 수원 공격의 중심축이 됐다. 대전전에서 패한 뒤 에벨톤C를 전면에 꼽으면서 선수들을 호되게 질책한 것도 윤 감독이 생각하는 에벨톤C의 위상을 단적으로 드러낸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광주전에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우승권으로 가기 위한 행보에서 에벨톤C가 좀 더 힘을 내야 한다는 것이 윤 감독의 판단이다.
비단 에벨톤C만 겨냥한 것은 아니다. 선수단 전체를 긴장시키는 숨은 의도도 있다. 수원은 광주전에서 승리하기는 했으나, 전반전만 해도 그저그런 경기력에 그쳤다. 후반에 보여준 집중력은 칭찬할 만하지만, 좀 더 긴장이 필요한 시기라는 판단이 나올 수 있다. 윤 감독이 "1위라고 해도 다른 팀과의 승점 차가 얼마 되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앞으로 울산 전북 등 강팀과의 맞대결이 남아 있다. 그 경기들을 잘 넘겨야 한다"고 말한 것도 결국 비슷한 맥락이다. ●迷箚10기자 ppark@sportschosun.com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