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위닝 시리즈를 완성한 지난 11~13일 광주 KIA 3연전. 두산 벤치의 화제는 포수 최재훈이었다. 깜짝 신예의 번개 송구에 이용규 김선빈 신종길 윤완주 등 KIA가 자랑하는 준족들의 앞길이 꽉 막혔다. 도루저지율이 무려 5할(8번 저지/16번 시도)이다.
이쯤되자 두산 벤치에는 양의지와 최재훈의 활용법을 놓고 행복한 고민이 시작됐다. 최대 장점을 꼽자면 이렇다. 타격은 양의지, 송구는 최재훈이다. 서로 다른 장점을 한 몸에 뭉쳐 놓을 수 없는 만큼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배치가 중요하다. 양의지의 타격 솜씨(타율 0.333, OPS 0.857)는 최재훈(타율 0.179, OPS 0.464)을 단연 앞선다.
두산 김진욱 감독이 양의지-최재훈의 황금 분할 구도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김 감독은 13일 KIA와의 주말 마지막 경기에서 "양의지가 선발로 마스크를 쓰고 최재훈이 후반 교체 투입돼 7~9회를 마무리해주면 제일 좋겠다"고 했다. "경기 후반은 아무래도 승부처에서 상대팀이 대주자를 적극 활용하는 만큼 뛰는 야구 저지가 승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최재훈 후반 투입의 이유를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이럴 경우 두 포수가 서로 체력 안배를 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며 일석이조 효과를 강조했다.
'양의지 선발-최재훈 마무리'는 신 개념 포수 분업화다. 마치 프로야구 초기 마무리 투수 개념이 도입될 당시를 연상케 한다. 매 경기 혈투 속 주전 포수의 체력과 집중력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주전 포수들은 통상 백업과의 실력 차가 커 대부분 경기 출전을 강행한다. 너무 지쳐서 힘들 때만 1경기씩 백업에게 맡기고 쉰다.
김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각자의 장점이 다른 만큼 경기 내에서 '선발 포수-마무리 포수'의 분업화를 가동하고 싶다는 뜻이다. 실제 13일 경기에서 '선발-마무리' 포수 체제가 가동됐다. 선발로 마스크를 쓴 양의지는 숱한 위기 속에서도 에이스 니퍼트의 6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점 이내)를 이끌며 승리를 이끌었다. 타석에서도 2회 1사 1루에서 좌익선상 2루타로 득점 찬스를 만드는 등 활발한 모습. 5-2로 리드를 잡고 니퍼트가 내려가자 8회부터 최재훈이 마무리 포수로 출전, 노경은 프록터를 이끌며 승리를 지켰다.
김진욱 감독이 꿈꾸는 '선발 양의지-마무리 최재훈' 황금 분할 구도. 무더위 승부가 본격화될 수록 이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