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5월 들어 주춤하다. 4월 10승1무5패로 잘나간 롯데의 5월 현재까지의 성적은 4승1무7패.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투-타 모두에서 조금씩 힘이 빠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양승호 감독이 "방망이는 믿을 게 못된다. 잘 칠때도, 못 칠때도 있다"고 늘 강조하는 것 처럼 타선의 부진은 타격 사이클에 대한 관점으로 접근하면 된다. 잘치다가 못쳤으니, 또 감이 살아나는 시기가 올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사이클과 관계 없이 항상 좋은 구위를 유지해야 하는 마운드다. 특히 불펜의 힘이 떨어진게 느껴진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이기는 경기가 많다보니 필승조의 투입이 많아졌다. 13일 경기까지 이명우 20경기, 최대성 17경기, 김성배 16경기, 강영식이 14경기에 나섰다. 이닝수로 따지면 14⅔이닝을 던진 최대성이 가장 많은 힘을 썼다.
조짐은 지난 주중 부산 삼성전부터 좋지 않았다. 3경기 모두 혈전을 치르며 이 선수들이 매경기 투입될 수 밖에 없었고 곧바로 주말 한화와의 3연전이 기다리고 있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11일 청주 경기에서 불펜 투수들이 모두 등장했지만 난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물론, 기적같은 역전을 이룬 한화 타자들의 기세가 무서운 것도 있었지만 확실히 투수들의 공에 힘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양 감독도 일찌감치 이 문제를 파악하고 있었다. 양 감독은 12일 한화와의 3연전 두 번째 경기를 앞두고 "투수들이 삼성전에서 너무 많이 던졌다"며 이날 경기에서 선발 이용훈 외에 그동안 투구수가 많지 않았던 이승호, 이재곤 만으로 경기를 끝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여차하면 필승조 중 그나마 적게 던진 김성배를 투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 역시 박빙의 흐름으로 갔고 김성배, 이승호 외에 최대성이 등판했다. 최대성은 타자들이 역전타를 때려줘 행운의 승리를 얻었지만 상대 타선에 적시타를 허용하는 등 부진한 모습이었다.
양 감독에겐 딜레마다. 주력 투수들에게 휴식을 줘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승리를 포기할 수는 없다. 선수들이 "던질 수 있다"고 투지를 불태우면 마운드에 올릴 수 밖에 없는 것이 감독의 마음이다. 12일 경기가 딱 그런 경우다. 롯데는 13일 한화 선발 류현진에 막히며 1대7로 완패했다. 경기는 졌지만 어쩌면 양 감독의 마음은 한결 편해졌을지도 모른다. 필승조 투수들에게 꿀맛같은 휴식이 주워졌기 때문이다.
시즌은 길다. 그나마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승호는 아직 제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고 무릎 수술을 받은 정대현의 복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양 감독이 남은 시즌 동안 어떻게 투수들의 전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