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요? 힘들어요. 한국에서도 수술후에 재활할 때를 빼고는 2군에 있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조절을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언제까지라는 기약도 없잖아요."
항상 강한 모습을 보여주던 임창용(36)의 입에서 그답지 않게 약한 말들이 줄줄 나왔다. 임창용은 일본 진출 5년째인 올해, 시즌 개막부터 계속 2군에 머물고 있다. 그 이유는 팀내 외국인선수들간의 치열한 경쟁 때문이다.
올해 야쿠르트에 소속된 외국인선수는 6명. 그 중에서 1군에 등록할 수 있는 선수 정원은 4명이다. 원래 마무리 투수로서 절대적인 역할을 맡고 있던 임창용이 맨 먼저 한자리를 잡고, 나머지 3자리를 놓고 다른 선수들이 경쟁할 것이라는 게 시즌 전 야쿠르트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때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은 임창용을 대신해 로마노와 바네트 등 투수 2명과 트바렌틴, 밀리지의 타자 2명이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그 4명은 현재 제몫을 하고 있고, 야쿠르트는 13일 현재 1위에 1게임 뒤진 2위를 지키고 있다.
임창용은 2군 10경기에 등판해 1승 2세이브와 평균자책점 4.09를 마크하고 있다. 숫자만 보면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토 2군투수코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공은 괜찮아요. 부상도 없어요. 지난 11일 경기 때도 1점을 줬지만 볼넷과 폭투에 의한 실점이었을 뿐 맞아서 준 건 아니었습니다." 또 임창용을 옹호하는 말도 했다. "2군에서도 역시 임창용을 팀이 이기고 있는 경기의 마무리로만 기용하고 있지만, 역시 2군이라서 동기부여가 안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임창용 자신도 "긴장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그런 부분을 인정했다.
그런 가운데 임창용은 마냥 기다리고만 있지는 않다. "나이가 돼서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원래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닌데 요즘에는 트레이너와 함께 하체 중심의 트레이닝을 하고 있습니다. 2군은 다 낮 경기니까 밤에 할 일이 없고 집에서 쉬고 있을 때도 방에 있는 기계로 트레이닝을 해요." 임창용의 이런 자세에 대해 이토 코치는 "열심히 웨이트 하는 모습을 젊은 투수들도 배워야 합니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다른 외국인선수들이 잘 하고 있어서 지금은 1군에 임창용의 자리가 나기 힘들어요" 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지금 팀(1군) 분위기가 워낙 좋아 제가 필요할 일이 없잖아요." 미소를 띠면서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보인 임창용. 작년까지만 해도 시즌중에는 이런 부드러운 표정을 보기가 힘들었다. 필자가 쓴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을 보면서 "같이 했던 선수들이 다 코치가 됐네요. 이승엽과 이병규 선수는 잘 해요?"라고 하더니 이어 "내년에는 저도 한국에 복귀할까요?"라고 했다. 물론 승부사 임창용이 진심으로 그런 말을 했을 리는 없다.
임창용은 공 스피드와 구위, 그리고 체력 모든 면에서 1군 무대에서 던질 준비는 다 된 상태다. 하지만 과연 언제 1군에 갈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