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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구장, 조명탑 교체에 "타석에서 공이 안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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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이 하나도 안보여요."

그라운드 컨디션은 선수들의 경기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넥센 이택근의 예를 보자. 이택근은 12일 인천 SK전에서 마지막 타자로 나서 타석에 당장 들어설 수 없다고 항의했다. 심판의 판정 번벅으로 경기장의 일부 조명이 꺼졌다 다시 켜졌는데 이택근은 "조명이 완전히 들어오지 않으면 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타석에 들어서길 거부했고 심판도 이를 인정, 경기가 약 10분 정도 지연됐다. 일반 팬들이 보기에는 "웬만하면 보일텐데 뭐 저 정도 가지고 민감하게 반응하나"라고 말할 수 있지만 타구 하나에 팀의 승패가 갈리고, 자신의 연봉이 갈릴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선수들이 당연히 주장할 수 있는 권리다.

문제는 새롭게 리모델링을 실시하고 있는 대전구장에도 경기 방해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조명 문제다. 한화와의 원정경기를 위해 대전구장을 방문한 롯데 포수 강민호는 "타석에서도, 공을 받을 때도 공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고 베테랑 조성환도 "다른 구장에 비해 타석에서 굉장히 어둡다"고 밝혔다. 홈팀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 지난 8일 대전에서의 첫 경기를 치른 내야수 이여상은 "지난해에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올해는 확실히 어두워졌다"고 설명했다.

원인은 리모델링을 위해 새로 설치된 조명탑에서 찾을 수 있다.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는 대전시는 1, 3루 내야 관중석 뒷편에 새로운 관중석을 증축 중이다. 공사가 완벽하게 진행되지 않았고 현재는 뼈대만 설치된 정도. 관중석 증축을 위해 내야쪽을 집중적으로 밝히던 조명탑이 자리를 옮겨 새롭게 설치됐다. 기존 조명탑이 조금 더 내야 깊숙한 곳에 설치돼있었다면 이번에 설치된 새 조명탑은 외야쪽에 더 가깝다. 문제는 조명탑이 타석에서 더 멀어졌다는 것. 정작 야구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 벌어지는 타석에 불빛이 모아지지 않아 날이 어두워지면 애를 먹을 수 밖에 없다고 선수들은 입을 모았다. 조성환은 "조명 몇 개의 각도만 바꿔줘도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화 구단 관계자는 "경기에 방해가 되는 요소라면 하루 빨리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하지만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를 수 밖에 없다. 이는 리모델링을 주관하고 있는 대전시가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이다. 4월 개막에 맞춰 리모델링을 완성하겠다던 대전시는 5월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도 야구팬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오는 7월21일 열릴 예정인 올스타전 전까지 완벽히 공사를 끝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명은 사소한 문제로 전락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르는 한화 선수들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