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박지성(31)이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초 20번째 우승 세리머리를 하기 위해 그라운드에 나서려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박지성은 아쉬움을 머금어야 했다. 발길을 그라운드가 아닌 라커룸으로 옮겨야 했다.
맨유는 13일(한국시각) EPL 최종전에서 선덜랜드를 1대0으로 꺾었다. 같은 시각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던 맨시티-QPR(퀸스 파크 레인저스)전은 2대2로 끝날 것이 유력해보였다.
그런데 경기 종료 직전 비보가 날아들었다. 맨시티가 경기를 뒤집었다는 소식이었다. 1-2로 뒤지던 추가시간에만 2골을 터뜨리며 드라마같은 역전승을 일궈낸 맨시티였다. 44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한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희비가 교차했다. 선덜랜드의 홈 구장인 라이트 오브 라이트에선 아쉬움의 눈물이 흘렀다. 맨유 팬들이 고개를 떨궜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맨유 선수들은 유종의 미를 거둔 것에 만족한다는 박수를 치며 팬들을 위로했다.
반면 맨시티의 홈 구장은 환희의 물결이 넘실거렸다. 맨시티 팬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수많은 팬들은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왔다.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2011~2012시즌 맨유와 맨시티는 최종전에서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3분 사이 바뀐 두팀의 운명. 이것이 '각본없는 드라마'라고 불리는 축구였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