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훈의 톱스핀과 진갑용의 백스핀이 만나 2타점 적시타로 결론났다. 베테랑은 역시 결정적일 때 한방으로 능력을 과시한다.
삼성 진갑용이 13일 잠실 LG전에 대타로 나가 팀승리의 발판이 된 2타점 적시타를 기록했다.
삼성은 6회까지 0-2로 끌려가고 있었다. 찬스가 제법 많았지만 병살타 2개와 적시타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7회초에 찬스가 왔다. 안타와 상대 실책이 더해져서 1사 1,2루가 됐다. 삼성 벤치에선 대타 진갑용을 선택했다. 왼손투수를 공략하기 위해 중장거리 능력이 있는 오른손 타자를 낸 것이다.
공 한개만에 희비가 갈렸다. 마운드에 있던 LG 왼손투수 최성훈은 초구에 커브를 택했다. 114㎞짜리 커브가 약간 낮은 코스로 떨어졌다. 베테랑 타자가 초구부터 직구를 노릴 것을 대비해 변화구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진갑용은 체구는 거구지만 '여우'다. 중심이 완전히 흐트러지지 않은 상황에서 배트를 내밀어 114㎞짜리 커브를 끝까지 따라갔다. 충분히 힘을 실을 순 없었지만 대신 정확하게 맞혔다. 좌중간 적시 2루타.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아 2-2 동점이 됐다. 이어진 공격에서 삼성은 상대 실책으로 1점을 추가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진갑용의 2타점 적시타가 큰 힘이 됐다.
좋은 커브는 타자의 무게중심을 어지럽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대신 비거리가 늘어날 확률이 높은 구질이라는 약점도 있다. 커브는 톱스핀이 먹는 구질이다. 포심패스트볼과 반대다. 투수가 커브를 던질 경우엔 공이 앞으로 나가면서 자체적으로도 타자쪽을 향해 빙글빙글 돈다. 포심패스트볼은 공이 앞으로 나가면서 자체적으로 투수쪽을 향해 빙글빙글 돈다.
타자가 공을 띄울 때, 타구는 기본적으로 백스핀을 먹는다. 따라서 커브의 톱스핀과 타자의 배트가 주는 백스핀이 합쳐지면, 같은 방향이기 때문에 가볍게 쳤는데도 비거리가 늘어나는 경우를 가끔 목격할 수 있다. 바로 이날 진갑용의 타구가 그랬다. 물론 진갑용이 중심이 완전히 흐트러지지 않으면서 좋은 컨택트 능력을 보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경기후 진갑용은 "당연히 흥분된다. 들어온 공은 커브였는데, 커브를 노리고 있지 않았지만 한방 쳐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현재 팀 전체가 하나가 되면서 분위기도 좋아지고 성적도 올라가고 있다. 이 기세가 끝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잠실=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