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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의 일격-자신의 실책에 흔들린 박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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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124승에 빛나는 대투수. 미국-일본-한국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마운드 위에서 만큼은 신의 경지에 다다른 박찬호지만 그도 사람이었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답답한 듯한 제스처를 계속 취했다. 한국 무대에서 공을 던지기 시작한 후 그라운드에서 늘 침착한 모습을 유지했던 박찬호였기에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그렇게 흔들린 박찬호는 롯데의 강타선을 넘어서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박찬호가 시즌 7번째 선발로 나선 11일 청주 롯데전에서 2승 도전에 실패하고 말았다. 4이닝 동안 홈런 1개 포함, 7안타를 허용하며 6실점(5자책점)했다. 한국 무대 데뷔 이후 가장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직구 최고구속이 149㎞를 기록했을 정도로 몸상태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출발부터 좋지 못했다. 박찬호는 1회초 김주찬과 조성환을 잘 잡아놓고 3번 전준우에게 뼈아픈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볼카운트 1B2S의 유리한 상황에서 던진 146㎞ 직구가 한가운데로 몰렸다. 전준우의 방망이가 돌아가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큰 타구였다. 박찬호는 경기 후 "가운데로 몰린 공이 홈런이 됐다"며 아쉬워했다.

피홈런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3회 결정적인 실책을 저지르고 말았다. 선두타자 문규현에게 2루타를 허용했고 이어 등장한 김주찬의 번트 타구를 잡아 문규현을 잡기 위해 3루로 던졌으나 악송구가 되며 공이 빠져 실점을 했다. 박찬호는 크게 아쉬워했다. 큰 동작을 취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이어 등장한 조성환에게 허무하게 적시타를 맞았다. 박찬호는 "실책이 2실점으로 연결돼 아쉽다"고 밝혔다.

제구가 급격히 흔들렸다. 볼과 스트라이크의 차이가 확연했다. 원하는대로 제구가 되지 않는지 답답해했다. 4회초 선두타자 강민호에게 볼넷을 내주는 순간 마운드에서 또다시 아쉬움을 표현했다. 심판의 판정에 대한 제스처라기 보다는 답답함을 표시하는 듯 했다. 경기 도중 유격수 오선진을 향해 질책성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TV 중계 화면에 수 차례 잡혔다.

5회 조성환에게 안타, 전준우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 1, 2루의 위기를 자초한 후 홍성흔의 타석에서는 급박하게 타임을 부르기도 했다. 경기 중 투수가 직접 타임을 요청하는 경우는 드문지라 권영철 구심과 포수 최승환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고 박찬호는 타임을 뜻하는 동작으로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마운드를 걸어내려왔다. 그때서야 황급히 최승환이 마운드로 뛰어올라갔다. 그렇게 홍성흔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후 마운드를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홈런과 실책에 흔들린 박찬호가 지난 4월12일 첫 등판에서 승리를 따낸 후 5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장면이었다.

청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