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가 드라마 여주인공을 모두 휩쓴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늘 빠르게 바뀌는 드라마 트렌드 속에 최근에는 여주인공들이 '애교녀'로 바뀌고 있다. '러블리 모드'를 장착한 여배우들이 남심을 흔들고 있는 것. 미모와 따스한 마음에 애교까지 갖춘 '여주'들이 드라마를 점령하고 있다.
KBS2 월화극 '사랑비'에서 1인 2역을 맡은 윤아는 70년대 수줍음 많은 김윤희와는 전혀 다른 2000년대 가드너 정하나로 변신했다. 명랑하고 말랑말랑하고 수다스러운 소녀 캐릭터인 정하나는 '러블리 모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 그는 준(장근석)의 갑작스러운 이별통보에도 그저 울기만 하고 상처를 드러내기보단 솔직한 감정을 표현해 그를 붙잡았는 모습을 보여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또 "촬영할 때 나 사실 이뻤죠?" "내가 많이 좋아하는 거 알고 있어요?"라고 당차게 묻는 모습 또한 그동안 '차도녀'들에게서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SBS 수목극 '옥탑방 왕세자'에서 한지민이 연기하는 박하는 발랄한 캐릭터다. 겉으론 강해보이지만 속으론 여려서 잘 울기도 하는 박하는 왕세자 이각(박유천)에게 때로는 새침하게, 때로는 애교있는 모습으로 러브라인을 만들고 있다. 지난 9일 방송분에서 박하는 둘만의 불꽃놀이 데이트를 즐기고 커플링까지 끼며 행복한 모습이 그려졌다. 박하는 길거리에서 팔고 있는 소원반지를 보고 "나 이거 사줘" 라고 귀엽게 졸랐고, 이각의 손에도 반지 하나를 끼워주며 "이건 내가 사주는 거다"라고 말하며 '알콩달콩' 로맨스를 선보였다.
KBS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방말숙(오연서)는 집에서는 얄미운 시누이지만 차세광(강민혁) 앞에서는 '애교녀'로 변한다. 초반 '차도녀'였던 방말숙은 '차도남' 차세광에게 '푹' 빠진 후에는 누구 못지않은 '애교녀'로 변신했다. 자존심 때문에 "약속이 있다"고 말했지만 곧장 "사실 약속 없다"고 고백해버리고 그에게 잘보이기 위해 이름도 '방민지'라고 속여버렸다.
tvN 수목극 '인현왕후의 남자'의 여주인공 유인나는 대표적인 '애교녀' 캐릭터다. 극중 여배우 최희진 역을 맡은 유인나는 평소처럼 귀엽고 애교 많은 성격을 반영해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사랑스러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팬들은 최근 극 중 러블리 표정을 엮은 '유인나 러블리 30종 세트'를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7일 첫 방송한 KBS1 일일극 '별도 달도 따줄게'에서도 서지혜가 '러블리 걸'의 표본을 연기하고 있다. 그는 한채원역을 맡아, 매회 톡톡 튀는 발랄함과 순도 100%의 순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서지혜는 발랄함이 묻어나는 헤어스타일과 패션, 그리고 순수함이 전해지는 밝은 미소와 표정으로 시청자들이 한번 쯤 꿈꿔오는 '러블리 걸'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이처럼 '애교녀'들이 대세를 이루는 것은 '차도녀' 일색이던 드라마 트렌드를 '러블리 모드'로 바꿔놨다. 또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박하선처럼 '애교녀' 캐릭터를 완벽 소화한 배우들의 인기도 같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애교녀 트렌드는 사회상을 반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 '차도녀' 일색이던 여자 캐릭터에 새로운 느낌을 주기 위한 제작진의 의도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당분간 드라마의 '러블리 모드'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