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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연패 끊은 두산의 1승, 그 이상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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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 잘 나가던 두산은 급격히 흔들렸다.

어린이날부터 지난 9일까지 4연패. LG에게 2연패, 뒤이은 SK전에서 2연패를 했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10일 잠실 SK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임재철은 9회말 2사 이후 끝내기 2타점 3루타로 9대8,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천신만고 끝에 거둔 1승. 이 의미는 남다르다.

▶급격히 흔들렸던 두산의 팀컬러

SK와의 주중 1, 2차전. 두산답지 않았다. 타선에서는 응집력이 뚝 떨어졌다. 수비는 고비에서 실수가 있었다.

이길 수 있었던 경기들. 그러나 허무하게 졌다. 8일 1차전에서 병살타 4개, 2차전에서 2개를 쳤다. 때문에 1차전에서는 에이스 니퍼트를 선발로 등판시키고도 패했다.

3차전도 수비때문에 내줄 뻔 했다. 이날 1차 승부처는 7회말. 7-5로 SK가 2점 앞서 있는 상황. 두산은 무사 만루의 찬스를 맞았다. 허경민 이종욱의 연속 안타와 SK의 수비미스가 겹쳤다. 정수빈이 번트를 댔다. SK 필승계투조 엄정욱은 1루로 악송구, 타자주자 정수빈까지 살았다. 경기흐름 상 두산이 점수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은 농후했다.

후속타자는 이원석. 애매한 중견수 플라이. 깊지도 얕지도 않았다. 3루주자 허경민은 발이 매우 빠른 주자. 그러나 SK 중견수 김강민은 볼을 캐치하자 마자 빨랫줄 송구를 했다. 허경민은 홈에 들어올 수 없었다. 결국 두산은 무득점에 그쳤다. 반면 8회초 수비에서 무사 2루의 위기상황. 조인성의 1루수 앞 땅볼을 전진수비하던 최준석이 잡아 그대로 3루로 송구했다. 악송구였고, 볼은 뒤로 빠졌다. 어이없는 1점 헌납. 두산의 추격흐름이 뚝 끊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임재철의 역전 끝내기 3루타로 경기를 뒤집었지만, 확실히 경기의 밀도는 두산의 조직력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웠다.

▶딜레마를 뚫었던 1승

두산의 응집력이 승부처에서 유독 확 떨어지는 이유.

일단 4일 LG전에서 손가락 부상을 입은 김현수의 공백이 컸다. 김동주 최준석 등 중심타선이 부진한 상황에서 타선의 해결사가 없다. 때문에 타자들은 승부처에서 부담을 더욱 느끼고, 실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외야수비도 딜레마가 있었다. 김현수의 공백으로 포지션 변화가 많다. 우익수 정수빈이 좌익수로 이동했고, 좌익수는 이성열과 임재철이 번갈아선다. 그러나 이성열은 수비, 임재철은 공격에서 약점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성열이 우익수로 나섰던 1차전을 복기하면서 두산 김진욱 감독은 "SK가 우리 수비를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단적인 예가 1차전 1회초 SK의 주루 플레이였다. 당시 1사 1, 2루의 찬스에서 박재홍이 우전안타를 때렸다. 타구가 빨라 2루 주자 박재상이 홈에 들어오는 것은 무리였다. 그러나 박재상은 홈까지 쇄도했고, 결국 비명횡사했다. 어이없는 주루미스였지만, 역으로 말하면 SK가 이성열의 수비약점을 이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임재철이 우익수를 서면 타선이 전체적으로 약해졌다. 때문에 두산의 탄탄했던 조직력은 미세하게 균열이 생겼다. SK같은 끈끈한 조직력의 강팀을 맞아 이런 약점들이 도드라졌다.

게다가 김현수 뿐만 아니라 시즌 초반 인상적인 투구를 하던 임태훈마저 허리통증으로 2군으로 내려간 상황. 확실히 첫 번째 페넌트레이스 위기. 자칫 잘못하다간 추락을 거듭한 지난해의 도돌이표가 될 수 있었다. 기본적인 힘과 선수단의 의욕은 있었지만, 딜레마가 존재했다. 때문에 이런 막힌 구석을 뚫어줄 반전 포인트가 필요했던 게 사실.

임재철의 한 방으로 건져올린 1승이 그 역할을 했다. 일단 두산은 김현수의 공백으로 생긴 외야의 딜레마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 여기에 최악으로 치닫을 수 있었던 팀 분위기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제 두산은 김현수 임태훈 뿐만 아니라 정재훈 이재우 등 필승계투조들이 돌아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을 찾았다. 10일 SK전에서의 짜릿한 역전승은 단순한 1승이 아니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