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철이가 쳐줘서 더욱 기분 좋았습니다."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안도감이 느껴졌다. 두산은 10일 잠실 SK전에서 천신만고 끝에 역전승을 거두고 4연패를 끊었다. 7-8로 한 점 차 뒤지고 있던 9회말 2사 1,2루. 임재철이 SK 왼손 마무리 정우람의 122㎞ 체인지업을 밀어쳐 우중간 끝내기 3루타를 날려 극적으로 승리했다. 임재철이 연패를 끊은 일등공신이 됐다. 전화로 김진욱 감독에게 소감을 물었다. 김 감독은 "상대가 전진수비를 하고 있어서 (재철이가)치는 순간 (외야수 키를)넘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김강민이 글러브를 내밀어 잡힌 줄 알고 잠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공이 떨어졌고, 나도 모르게 코치들과 환호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연패가 길어지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 주장인 재철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줘서 더욱 기분이 좋았다"며 기뻐했다.
이날 9회 임재철이 타석에 들어서기 직전, 김 감독은 임재철을 불렀다. 투아웃이기 때문에 무조건 안타를 치거나, 출루를 해야 동점 또는 역전을 이룰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 감독은 스윙을 크게 하지 말고 짧게 맞히는 타격을 하라고 했다. 임재철은 노리던 체인지업이 날아들자 가볍게 밀어쳐 우측으로 날려보냈다. 김 감독의 주문과 임재철의 노려치기가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김 감독은 "주장 임재철의 역전타가 좋은 계기가 돼서 그 동안의 연패를 말끔히 씻고 선수들의 분위기 반전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날 역전승의 의미를 부여했다.
감독과 주장은 선수단에서 '아버지와 큰 형'같은 존재다. 두산을 보면 딱 그렇다. 김 감독과 임재철은 리더십 덕목 가운데 화합과 의사소통을 중요시 한다. 그리고 서로에 대해 무한신뢰를 보내고 있다. 임재철은 김 감독을 '인자하신 분'이라고 표현한다. 김 감독은 임재철에 대해 "무엇을 맡겨도 믿음직하다"고 했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사령탑과 주장.
지난해말 임재철이 선수들의 결정에 의해 새 주장으로 뽑히자 김 감독은 두 손을 들고 박수를 보냈다. 당시 김 감독은 "주장은 선수들을 대표한다. 코치급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임재철이 종아리 부상을 딛고 지난달 17일 1군에 오른 이후 김 감독은 팀워크가 더욱 단단해질 것을 기대했다. 이날 경기전 임재철은 선수들을 모아놓고 "초심으로 돌아가자"며 필승을 다짐했다. 연패 탈출을 위해 한 마음으로 뛰어보자는 의미. 이날 역전승은 경기 후반 포기하지 않고 1,2점씩 추격해 얻은 성과다.
하지만 주장이라고 해도 주전 특혜는 없다. 임재철은 현재 상대 선발투수와 상황에 따라 선발 또는 백업으로 출전 기회를 얻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